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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人터뷰]'유도왕자' 안바울에게는 손톱이 없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8-29 21:15


29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 유도장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66kg급 16강이 열렸다. 한국 안바울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29/

"셀 수도 없이 빠졌죠. 지금도 없고요. 하지만 앞으로도 수없이 더 빠져야 할거에요."

한국 남자유도 66㎏급의 간판스타 안바울(24·남양주시청)이 '아시아의 유도왕자'로 우뚝 섰다. 안바울은 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유도 결승에서 순식간에 한판승을 따냈다. 상대는 일본의 마루야마 조시로(25·세계랭킹 16위). 2018 중국 그랑프리 우승자이자 국제대회에서 안바울과 늘 팽팽한 대결을 벌이던 호적수였다. 두 선수간의 상대전적은 2승2패. 말 그대로 용호상박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은 '라이벌'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업어치기 기술로 무장한 안바울은 경기 시작 50초만에 강력한 오른쪽 업어치기로 마루야마를 매트에 눕혔다. 완벽한 한판승. 안바울이 금빛 포효를 했다. 안바울은 자신의 주특기인 업어치기를 두 가지 측면에서 새롭게 업그레이드했다.

하나는 방향성. 원래 안바울은 주로 왼쪽 어깨로 상대를 메쳤다. 그러나 이번 결승에서는 오른쪽으로 넘겼다. 이는 철저한 상대 분석으로 만든 전략이다. 안바울은 "평소에 마루야마를 대비해서 반대쪽 업어치기 연습을 많이 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마루야마를 분석하면서 약점이 오른쪽 업어치기라고 판단해 많은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연계기술이다. 그간 안바울은 이상적인 업어치기를 하면서도 그 다음 기술과의 연계가 완벽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약점이 사라졌다. 결승에서도 몸을 낮춘 상태에서 마루야마를 오른쪽으로 넘긴 뒤 상체를 굴려 완전히 깔아뭉갰다. 첫 기술에서 완전히 넘어오지 않았던 마루야마는 이 연계기로 인해 등이 완전히 바닥에 닿았다.

안바울은 경기 후 "통쾌한 한판승이었다"는 취재진의 축하 인사에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며 승리의 감격을 전했다. 이어 "평소에 마루야마를 대비해 오른쪽 업어치기 연습을 많이 했는데, 연습했던 게 그대로 나와 통쾌하게 넘길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안바울은 "이전에 마루야마를 만났을 때는 내 준비가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준비를 많이 한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면서 "원래 가장 자신있는 기술은 왼쪽 업어치기인데, 이번에 오른쪽 업어치기 연습을 많이 했다. 연계 동작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직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여기서 멈추지 않고 도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기 위해 열심히 연결동작을 보완해 나갈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안바울이 직접 밴드를 벗기고 보여준 손. 왼손 새끼손가락에는 손톱이 없다. 다른 손가락의 손톱들도 수없이 빠졌다가 다시 났지만, 또 빠질 예정이다.
이렇게 말하는 안바울의 손가락에는 밴드가 칭칭 감겨 있었다. 업어치기 연습을 수천, 수 만번 하는 과정에서 손톱이 죄다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손톱 이야기를 하자 안바울은 직접 밴드를 벗기고 손톱이 빠져나간 손가락 끝을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그는 "셀 수도 없이 빠졌고, 지금도 빠져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이 빠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아직도 업어치기 기술을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고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더 연습한다면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바울의 손톱이 빠질수록, 그는 점점 더 '세계 제일의 유도왕자'로 진화할 것이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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