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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人터뷰]'그림자 파트너'였던 박다솔, 값진 銀에도 펑펑 운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8-29 20:36


29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 유도장에서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2kg급 16강이 열렸다. 한국 박다솔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29/

"정말 이기고 싶었는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유도 52㎏에 출전한 박다솔(22·순천시청)은 한판패로 결승전이 끝난 그 순간부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만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박다솔은 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도 여자 52㎏급 결승에서 일본의 쓰노다 나쓰미(26·세계랭킹 9위)와 맞붙었으나 경기 시작 후 30초만에 배대되치기로 절반을 내줬고, 2분18초경 팔 가로누워 꺾기에 당해 한판으로 졌다.

그러나 값진 은메달이었다. 박다솔은 사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기대주는 아니었다. 그는 이제껏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었다. 2016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2위를 거둔 게 가장 최근에 거둔 최고 성적이다. 세계랭킹도 39위로 쓰노다에 비해 30단계나 낮다. 국제 무대에서 박다솔은 철저히 무명의 다크호스였다.

그래서였다. 박다솔이 결승전에 진 뒤 뜨거운 눈물을 쏟아낸 이유. 그는 선수촌에서 금메달 기대주의 훈련을 도와주는 '파트너'였다. 2년 전에도 그는 '훈련 파트너' 자격으로 2016리우올림픽 현장에 동행해 48㎏급 정보경과 52㎏급 김잔디의 기술을 성실히 받아줬다. 태극마크를 단 대표선수만큼 힘이 든 자리였지만, 사람들은 몰랐다. 그는 '그림자 국가대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당히 대표선수로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에 나왔다. '그림자'의 위치에서 양지로 나온 박다솔의 실력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계속 승승장구하며 결승까지 순조롭게 올라 금메달 기대감을 키웠다. 준결승에서도 몽골의 간볼드 간트써트써그(129위)를 누르기 한판으로 물리쳤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박다솔은 결승에서 실력차를 드러나며 쓰노다에게 패했다. 주목받지 못했던 '훈련 파트너'의 빛나는 도전은 결국 은빛에 멈췄다. 그래서 펑펑 운 것이다. 박다솔은 "선수촌에서 훈련 파트너로 있었다. 그러다 이런 메이저대회에 처음 출전하게 돼 (금메달이) 정말로 간절했다"면서 "정말로 이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속상하다. 이제부터 다시 준비해서 남은 세계선수권이나 다른 대회에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더 이상은 '그림자'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각오다.

박다솔은 패배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았다. 그는 "연구도 많이 했고, 이기고 싶은 마음도 강했지만 노력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다음 대회에서는 (쓰노다를) 꼭 이기겠다"고 강한 승부욕을 드러냈다. 한판 패배를 부른 팔 가로누워 꺾기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기술이 정확히 들어간 탓이다.

박다솔은 "계속 참았는데, 더 참았다가는 팔을 다칠 것 같아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며 끝내 아쉬움을 지우지 못했다. 박다솔은 마지막으로 "올림픽 준비를 잘해서 그때는 꼭 좋은 소식 들려드리겠다"며 눈물을 닦았다. 금빛 종착지를 향한 새로운 출발, 눈물을 훔치는 것부터였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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