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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리포트] 女 양궁 6연패 질주, 부담 이겨낸 진짜 '양궁 여제' 장혜진

선수민 기자

기사입력 2018-08-28 05:57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양궁 리커브 여자 단체전 한국-대만의 결승 경기가 27일 오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렸다.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27/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양궁 리커브 여자 단체전 한국-대만의 결승 경기가 27일 오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렸다. 금메달을 차지한 후 한국 장혜진, 강채영, 이은경이 환호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27/

조마조마 했다. 한발만 잘못 쏘면 이기기 힘든 상황. 마지막 한발은 '맏언니' 장혜진(31·LH)의 몫이었다. 숨을 깊게 내쉰 그는 과녁을 날카롭게 응시했다. 손을 떠난 마지막 화살이 과녁에 꽂히는 순간, 와~ 하는 함성이 터졌다. 10점 만점. 위축됐던 분위기가 한국으로 넘어 오는 순간이었다.

여자 양궁 대표팀이 리커브 단체전에서 천신만고 끝에 아시안게임 6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을 이겨내고 마지막에 활짝 웃게 한 주인공은 장혜진이었다.

장혜진 강채영(22·경희대) 이은경(21·순천시청)으로 이뤄진 여자 리커브 대표팀은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양궁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여자 리커브 단체 결승에서 세트 승점 5대3으로 승리했다. 대회 초반 흔들렸던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 금메달로 개인전 부진의 아쉬움을 달랬다. 지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부터 여자 단체전 6연패. 최근 다른 국가들의 양궁 수준이 눈에 띄게 올라왔다. 이제는 '어차피 우승은 한국'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하지만 단체전에서 만큼은 한국이 '양궁 코리아'의 자존심을 굳게 지켰다.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개인전 금메달이 떼논 당상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랭킹 1위 장혜진의 8강 탈락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장혜진은 "양궁 선수들이 매일 매일 똑같이 쏜다고 하지만, 자세나 감각이 매일 다르다. 그걸 일정하게 하기 위해 하루에 400~500발씩 쏜다. 개인전을 할 때는 포인트에 확신이 없어서 경기를 잘 풀어가지 못했다.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다"라고 되돌아봤다. 팀 동료 강채영(22·경희대)도 4강에서 패했다.

선수들이 모두 마음 고생을 했다. 장혜진은 단체전에서도 1위 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조금씩 살아났다. 지난 25일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세 명이 힘을 합쳐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장혜진은 "연이틀 결과가 좋지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다. 동생들이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 의기소침해지지 않고 결승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면서 "서로를 믿고 집중하기로 했다. 단합이 잘 됐다. 이 기세를 몰아 결승전에서 무조건 금메달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양궁 여제' 장혜진의 다짐은 허언이 아니었다. 대만과 세트 승점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 4세트 마지막 주자로 장혜진이 나섰다. 그는 침착하게 화살을 10점 과녁에 꽂았다. 4세트 점수는 54점. 부담을 가진 대만은 흔들렸다. 8점이 두 번이나 나오면서 53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단 1점 차로 극적인 우승을 확정지었다. 장혜진은 가장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랭킹 1위'답게 침착하게 활시위를 당겼다. 이날 승부의 하이라이트는 장혜진의 마지막 한발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양궁 리커브 여자 단체전 한국-대만의 결승 경기가 27일 오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렸다. 금메달을 차지한 후 한국 여자 양궁 장혜진이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27/
걷잡을 수 없는 부담감에 사로잡혔던 장혜진의 얼굴에 그제서야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들이 한마음 모아서 딴 금메달인 만큼 어떤 메달보다 값진 것 같다. 동생들이 잘 믿고 따라와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마지막 활시위를 당기는 순간, 기분은 어땠을까. 장혜진은 "사실 마지막 한발을 쏠 때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10점을 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또 나 뿐만 아니라 양궁을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이 지켜 봐주시는 만큼, 마지막 한발에 국민들과 양궁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염원을 달아 혼신을 다해 쐈다. 그게 먹혔는지 10점이 들어갔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이 한발로 비로소 이번 대회에서 겪은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낼 수 있었다. 장혜진은 "힘들었지만 그 어려운 상황에서 동생들이 끝까지 믿어주고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 제일 힘든 부분은 내가 못 쏴서 양궁을 응원하고 사랑해주신 분들을 실망시켜드린 것 같아 마음의 상처가 제일 컸다. 한국 양궁을 누구보다 믿고 계셨을텐데, 나로 인해 그 믿음이 무너진 것 같아서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단체전에서 값진 메달로 위로를 받아서 좋다. 이번 대회를 통해 또 다른 도약의 계기가 된 것 같다"며 흡족해 했다.


'맏언니'를 따라 집중한 동생들도 장혜진을 치켜세웠다. 강채영은 "오늘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그래도 우리가 어려웠을 때 이겨낸 것 같다. (장)혜진이 언니의 마지막 10점이 고맙다. 그간 고생했던 만큼 좋은 성적을 낸 것 같아서 값진 메달인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어 그는 "동생들은 언니만 믿고 따랐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 여자 양궁의 자존심을 건 장혜진의 마지막 한발. 혼신의 염원을 담은 화살이 10점 과녁을 통과했다. 한국 양궁의 태양은 여전히 중천에 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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