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자카르타 스토리] 아시아 제패한 정혜림, 2020 도쿄까지 달리는 '허들 여왕'

선수민 기자

기사입력 2018-08-28 05:45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서른,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허들 공주' 정혜림(31·광주시청)이 아시아를 제패했다.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육상의 불모지 한국에서도 스타가 있다. 남자 단거리 희망 김국영(27·광주시청)이 있고, 허들에는 정혜림이 버티고 있다. 정혜림은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육상 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100m 허들 결선에서 13초20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예선전부터 결승까지 정혜림은 시종일관 압도적 스피드를 보였다. 아시안게임 세 번째 도전 만에 첫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30대의 나이에도 꾸준히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정혜림의 컨디션이 놀라울 정도다. 정혜림은 '100m 허들의 희망'으로 불렸지만, 국제종합대회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지난 아시안게임이 그랬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예선 탈락,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4위로 아쉬움을 삼켰다. 그야말로 절치부심이었다. 정혜림은 육상이 크게 발전한 일본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성장했다. 한계는 없었다. 정혜림은 지난 2017년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00m 허들에서 13초16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유카 호리, 중국의 왕 도우를 제치고 아시아 최강으로 우뚝 섰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대망의 세 번째 도전. 아시안게임에서도 정혜림의 진가는 빛났다. 눈부신 속도로 정상에 우뚝 섰다. 명실상부 아시아 무대를 평정하는 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올해 아시아랭킹 1위 우수이자오(중국)가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정혜림은 경쟁자들을 압도적으로 제쳤다. 징조가 좋았다. 그는 "임신하는 꿈을 꿨다. 원하는 걸 이루는 길몽이라고 하더라"며 미소를 보였다. 정혜림은 "긴장을 안 하려고 했는데, 결승이다 보니까 긴장하고 힘이 들었다. 사실 예선보다 기록과 경기 운영이 저조했다. 그래도 메달 싸움을 해야 하는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게 돼서 기쁘다"며 웃었다. 4년 전 '마지막 허들'의 악몽도 날려버렸다. 그는 "넘기 전에 리듬이 깨져서 아차 싶었다. 그래도 그렇게 안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고 되돌아봤다.

일각에선 이번 대회가 정혜림의 마지막 대회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정혜림의 도전은 계속 된다. 그는 "나이가 있다 보니 운동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었다. 하지만 팀과 계약을 하게 될 것 같다. 아마 선수 생활을 더 할 것 같다. 그러면 마지막이 아마 2020년 도쿄올림픽일 것 같다. 나이는 더 먹겠지만 그때까지 준비를 잘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정혜림의 선전은 곧 한국 여자 허들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종합대회 메달이 없어서 더욱 간절했다. 허들의 '정혜림'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돼서 기쁘다. 이게 전부가 아니라 더 열심히 하면 허들 종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 같아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도쿄올림픽과 함께 '한국 신기록 경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신기록 보유자는 이연경(13초00). 지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다. 정혜림은 "한국 신기록을 위해서도 열심히 해야 한다. 연경 언니가 금메달을 따고, 앞에서 잘 이끌어줬기 때문에 나도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는 정혜림을 '허들 여왕'이라 불러야 할 것 같다. 정혜림은 별명 '허들 공주' 얘기가 나오자 "이제 공주는 조금 부끄러워요. 다른 별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뭐든 공주만 아니면 좋을 것 같아요"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영상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