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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이슈]빛혜림X갓서영X갓서정,불모지에서도 꽃은 핀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8-27 07:25


체조 여서정, 수영 김서영, 육상 정혜림.

불모지에서도 꽃은 핀다.

세상의 모든 종목, 모든 선수가 귀하고, 메달에 경중을 따질 수는 없겠지만 기초종목 여자수영, 여자체조, 여자육상에서 모처럼 나온 금메달이 반갑다. 참으로 값진 금메달이 나왔다. 중국, 일본이 수영, 육상 등 기초종목 금메달을 양분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에 유일무이한 금메달을 선물한 이들의 쾌거는 희망이다. 하나같이 엷은 선수층, 열악한 환경 속에 나온 기적같은 금메달이다.

'32세 허들여왕' 정혜림

정혜림(31·광주시청)은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육상 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100m 허들 결선에서 13초20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전날 예선전에서 전체 1위(13초17)를 기록하며, 결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결선에서도 압도적인 스피드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3번의 아시안게임 도전 끝에 기어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혜림의 금메달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이연경(은퇴)의 이후 무려 8년 만이다. 2014년 인천에서 한국 육상은 '노메달'을 기록했었다. 정혜림이 육상 종목 시작 이틀 만에 8년을 기다린 첫 금메달을 선물했다.

정혜림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육상에 입문해 중학교에 진학후 주종목을 100m허들로 정했다. 부산체고 2학년때 첫 대표팀에 뽑혀 선배 이연경과 경쟁했고, 이연경 은퇴 후 뒤를 이었다. 서른두살 정혜림의 세번째 아시안게임이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결선에 올랐지만 마지막 허들에 걸리며 4위로 메달을 놓쳤다.

정혜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서른 넘은 나이에 기량이 만개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1위에 이어, 올해 6월 후세스프린트 그랑프리대회에서 우승했다. 올해 최고 기록은 13초11, 아시아랭킹 2위 기록이다.

정혜림은 자카르타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일본에서 훈련하며 성장을 거듭했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아시아선수권에서 함께 시상대에 오르던 남자허들 1인자, 대표팀 선배인 박태경 광주시청 코치의 실질적인 조언을 받으며 '허들 퀸'의 만개한 기량은 날개를 달았다.


'24세 인어공주' 김서영

김서영(24·경북도청)은 24일(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 개인혼영 200m에서 2분08초34의 아시안게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이종목 은메달리스트 오하시 유이를 2분08초88, 0.54초차로 따돌렸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맞대결에서 김서영은 6위였다. 1년만의 리턴매치에서 김서영이 이겼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으로 박태환이 없는 이번 대회, 남녀 수영을 통틀어 첫 금메달, 유일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3관왕(배영 100m, 200m, 개인혼영 200m)에 빛나는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 이후 36년만의 개인혼영 200m 금메달, 2010년 광저우 대회 평영 200m 정다래 이후 8년만의 여자 수영 금메달 역사를 썼다.

김서영은 올시즌 일본 개인혼영 '최강자' 오하시 유이의 강력한 도전자로 급부상했다. 개인혼영 400m 결승에서 초반 접영-배영 구간에서 개인베스트 기록으로 오하시를 앞서며 '아성'을 위협했다. 올시즌 세계 랭킹 1위 기록(김서영 2분08초61, 오하시 2분08초16)도 번갈아 썼다.

김서영의 쾌거 뒤에는 소속팀 경북도청의 전폭적인 후원과 김인균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헌신적인 지원이 있다. 2016년 말,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 2019년 광주세계선수권,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한 4개년 계획을 잡고 '김서영 금메달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도쿄오픈 등 크고 작은 대회 출전을 통해 국제대회 경험을 쌓게끔 했고, 자카르타 야외수영장과 분위기가 비슷한 일본 나라 전지훈련을 통해 현지 적응을 도왔다.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현장에도 전담팀 동행비용을 부담해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에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16세 도마공주' 여서정

'여홍철의 당찬 딸' 여서정은 23일 오후(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 엑스포(JIEXPO)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체조 종목별 도마 결승에서 14.387점을 받으며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예선 1위로 결선에 진출한 여서정은 8명 중 가장 마지막 순서에 나섰다. 열여섯의 나이, 난생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대담했다. 떨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오롯이 펼쳐보였다. 1차시기 난도 5.80 기술을 구사했다. '도마를 앞 짚은 후(핸드스프링) 몸 펴 앞공중 540도 비틀기'다. 14.525점(난도 5.800 실시 8.725점)을 받았다. 2차시기 난도 5.40 기술을 시도했다. 옆으로 손짚어 뒤로 손짚어 몸펴 뒤공중 720도 비틀기, 기술은 완벽했다. 14.250점, 평균 14.387점으로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대한민국 여자체조 도마 사상 최초의 금메달이자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32년만의 금메달이다. 1994년 히로시마-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도마 2연패에 빛나는 '레전드' 아버지의 뒤를 이은 부전여전 금메달이었다.

여서정의 쾌거는 '도마 레전드' 출신인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교수와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여자대표팀 주장 출신 어머니 김채은 전 대표팀 코치의 우월한 유전자에 힘입은 바 크다. 뿐만 아니라 30여 년간 남자체조에 가려 침체된 여자체조의 부활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온 이정식 감독과 민아영, 최정열 코치 등 현장 지도자들의 헌신도 뒤따랐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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