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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人터뷰]'김지연 남편'배우 이동진의 편지"자신을 믿고!멋지게 싸워보자"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8-19 09:24



국가대표 선수의 남편은 극한직업이다. 이제 막 신혼의 단꿈을 시작한 청춘남녀라면 더욱 그렇다.

아시안게임 첫 경기가 시작되는 19일 오전, 펜싱코리아 대표팀 중 가장 먼저 금메달에 도전하는 '미녀펜서' 김지연의 남편은 배우 겸 캐스터 이동진이다. 지난해 10월 29일 3년간의 열애끝에 웨딩마치를 울렸다.

결혼 10개월차인 부부가 함께 한 날은 손으로 꼽는다. 아내의 직장은 진천선수촌, 남편의 직장은 상암동인 상황, 아내를 배려해 진천에서 좀더 가까운 광교로 신혼집을 정했지만 사실 아내가 집에 올 수 있는 날은 많지 않았다. 결혼 직후 새 시즌이 시작되고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지는 폭풍일정속에 한달에 많아야 3~4번 보는 시간들은 애틋하고 감사했다.

이동진은 3년간 연애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사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천생 선수인 아내는 세상 씩씩하다. 칼에 손을 찔려 경기가 중단된 상황에서도 "피가 좀 났는데 상관없다. 찢어진 것 같진 않아. 안꿰매도 된다", 아픈 데 없냐고 물으면 "골반이 걸을 때마다 자꾸 찝히는 느낌인데, 뭐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 늘 이런 식이다. 팔다리를 온통 테이프로 휘감은 아내가 "아프지 않다" "괜찮다"고 하다. 매사 씩씩한 아내가 남편 눈엔 늘 안쓰럽다.




이동진은 아내를 응원하기 위해 지난 16일 자카르타로 날아왔다. 방송 스케줄을 쪼개 7시간을 날아왔건만, 그저 아내의 주변을 맴돌 뿐이다. 선수촌 인근에서 딱 한번 스치듯 얼굴을 본 게 전부다. 경기력에 자칫 방해라도 될까 조심, 또 조심한다. "최대한 신경쓰이지 않게… 혼자 잘 다니고 있어요"라며 싱긋 웃는다.

이동진은 2012년 김지연이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스타덤에 오를 당시 군대에 있었다. "60명이 함께 나눠보는 TV였어요. 축구를 좀 보고… 펜싱은 못봤어요."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만나야할 사람은 꼭 만나게 돼 있는 모양이다.

이동진은 4년 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김지연의 펜싱 경기를 현장에서 처음 봤다. 그때도 그저 '아는 오빠'였다. 4년 후 자카르타에서 '아는 오빠'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 '남편'이 됐다. 지난 4년새 달라진 건 또 있다. '펜싱 문외한'이었던 남편이 펜싱 룰을 꼬치꼬치 물는가 싶더니 어느새 '펜싱박사'가 다 됐다.

이동진은 "인천 때는 펜싱룰을 전혀 몰랐다. 왜 불이 들어오는지, 누가 이겼는지…사람들이 박수를 치면 '아 이겼구나' 했다. 지연이를 만나게 되면서 펜싱룰을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지연이 경기를 늘 유튜브로 지켜본다. 판정에 이해가 안되는 것이 있으면 적어놓기도 한다. 나중에 지연이가 오면 그 장면을 보여주면서 물어본다"고 했다. 대화 중 프레파라시옹, 콩트르아타크… 펜싱용어가 툭툭 튀어나왔다. 게임캐스터로 맹활약중인 그가 펜싱캐스터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언젠가 저도 한번 꼭 해보고 싶어요. 지연이와 함께해도 좋고요"라며 눈을 빛냈다.





이동진은 김지연의 팬이자, 대한민국 국가대표 펜싱팀의 서포터다. "펜싱을 정말 좋아하게 됐다. 와이프의 펜싱을 보면서 정말 매력적인 종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슬로모션으로 보면 칼이 낭창낭창 낚싯대처럼 춤을 추는데 실제 현장에서 보면 정말 격렬하고 치열하다. 특히 아내의 종목, 사브르는 박력 있고, 타격감, 액션감이 넘친다"고 했다. "무엇보다 파이널 피스트가 너무나 멋지다. 내가 일하는 무대와도 비슷하다. 전세계 펜서라면 누구나 조명이 쏟아지는 파이널 피스트에 주연으로 서는 상상을 한다."

지난 10개월간 단내나는 훈련을 이어온 아내가 자카르타에서 꿈의 파이널 피스트에 오르길 열망하고 있다. "지연이가 아시안게임 후 동료들과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해서, '2관왕 하면 보내준다'고 했다. 조건부 허락에 지연이가 볼멘 소리를 하기에 '2관왕 하면 무조건! 못해도 생각은 해볼게'라고 했다"며 웃는다.

19일 오전 11시(이하 한국시각)부터 여자 사브르 개인전 예선전이 시작되고 오후 8시 준결승, 결승 피스트가 이어진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인천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대한민국 톱랭커' 김지연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남편 이동진은 아내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을 생각이다. 직접 디자인한 플래카드엔 금메달 염원과 함께 "여보, 금메달 따고 닭발 먹으러 가자!"라는 '동기부여' 문구도 새겼다. "아내가 닭발을 제일 좋아하거든요."

응원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성적은 따라오는 거고, 부담, 긴장 안하는게 중요해. 무엇보다 네가 안다치고 무사히 경기를 잘 마치길, 준비한 만큼 실력 발휘 원없이 다하고, 그동안 연습한 것 다 보여주고 마음껏 즐기고 왔으면 좋겠어. 김지연 파이팅!"

아래는 남편 이동진이 아내 김지연에게 보낸 응원편지 전문이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사랑하는 아내 김지연에게]

지금 이순간도 웨이트장에서 땀흘리며 보낼 당신을 생각하며 응원편지를 적어봤어.

몇해전부터 함께 이야기하던 대회가 목전에 놓이니 마음이 참 싱숭생숭해. 여보도 그렇지.

복잡한 생각, 고민을 다 나중으로 미루고 온전히 기다려온 아시안게임에만 집중하길 바래.

유난히도 더웠던 이번 여름, 휴가 하루도 없이 운동한 당신이 안쓰러웠지만 지금은 그 모든 과정이 자랑스럽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으 지금, 그간의 모든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마음껏 즐겨요.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을 믿고…

나도 경기장에서 이세상 그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응원할게.

다치지만 말고 마지막일지도 모를 아시안게임 멋지게 싸워봅시다. 이제 자카르타에서 만나자, 사랑해

-당신의 모든 길을 함께할 남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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