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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D-10]'꽃미남 탁구선수'정영식의 삭발투혼"단체전金 간절하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8-08 10:37



"날도 더운데, 머리가 아주 시원해졌습니다!"

폭염속 삭발을 감행한 '꽃미남 에이스' 정영식(26·미래에셋 대우)이 싱긋 웃었다. 별일 아니라는 듯 넘겼지만,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스물여섯 탁구청년의 결기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정영식의 두 번째 아시안게임이다. 열여덟 살에 나선 생애 첫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남자복식 동메달,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다. 출전이 유력시됐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은 탁구인생 최악의 시련이었다. 남자복식 금메달을 목표로 땀흘려온 '영혼의 브라더' 이상수(28·국군체육부대)와 함께 이변의 탈락자가 됐다. 충격이 컸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정영식은 2년전 여름, 생애 첫 리우올림픽에서 투혼의 플레이를 펼쳐보였다. 중국 최강 마롱과의 맞대결에서 명승부를 펼쳤지만 2대4로 아쉽게 패한 후 눈물을 쏟았다. 감동의 명승부 덕에 '우리 영식이'라는 애칭도 얻었지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찬사는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또 2년이 흘렀다. 올림픽 직후 손목 부상으로 극심한 슬럼프도 겪었고, 7위까지 치솟았던 세계랭킹이 한때 100위권 아래로 추락했지만, 정영식은 단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보란듯이 부상을 이겨낸 후 돌아온 정영식은 또 한번 성장했다.


'영혼의 브라더' 이상수, 든든한 후배 장우진(미래에셋대우) 김동현(국군체육부대) 임종훈(KGC인삼공사)과 함께 나서는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기존 4강에서 한단계 위, 결승까지 올라가는 것이 1차 목표다. 분위기가 좋다. 김택수 감독이 이끄는 남자탁구 대표팀은 최강의 팀워크를 자랑한다. 단체전 주전으로 나서는 선수, 벤치에 남은 선수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친 원팀이다. 지난 5월 스웨덴 할름스타드세계선수권에서 강호 일본을 돌려세우며 4강을 지켜냈다. 톱랭커 티모볼과 드미트리피 옵차로프가 버틴 독일에 분패하며 아쉽게 결승행이 좌절됐지만, 세계 최고의 백전노장들과도 한치 밀리지 않는 대등한 플레이를 펼쳤다.

7월 국제탁구연맹(ITTF) 플래티넘급 대회인 코리아오픈에선 장우진이 '만리장성' 중국을 잇달아 넘었다. 남자단식에서 '중국리그 랭킹 1위' 량징쿤을 꺾고 우승했고, 임종훈과 함께한 남자복식, 북한 왼손 에이스 차효심과 함께한 혼합복식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장우진의 자신감은 곧바로 남자탁구 대표팀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코리아오픈 직후 열린 또하나의 플래티넘급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정영식은 이상수와 남자복식에서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르며 복식 세계랭킹 1위의 이름값을 해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복식이 빠진 것은 아쉽지만 정영식은 남자 단체전, 남자단식에서 최고의 성적을 다짐하고 있다.


호주오픈 남자복식 우승 후 진천선수촌에 복귀하던 날, 정영식은 시합 내내 길게 자란 머리를 시원하게 밀었다. 국군체육부대 말년병장인 선배 이상수보다 오히려 머리 길이가 더 짧아졌다. "더운 날씨에 시원합니다. 탁구에만 전념해야죠."

2018년 자카르타에선 오로지 탁구밖에 모르는 '탁구바보'들의 아름다운 도전이 시작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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