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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도와주세요. 선수들은 힘이 없습니다."
영하 11도, 칼바람 속에서 집회를 시작한 이들은 '밀실행정! 밀실야합! 협회는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스키협회는 각성하라", "신동빈 회장은 선수들에게 해명하라",
"대통령님 도와주세요. 선수들은 힘이 없습니다"를 외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성현은 "모두 세계 500위 안에 드는 개인 자격조건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출전 불가 통보에 화가 났었다. 협회에선 아무런 얘기가 없어 내가 찾아갔다"고 밝혔다. 이어 "미리 알았더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것이다. 당연히 '모두 출전할 수 있다'라고 알고 있었다. 갑자기 이런 통보를 받아서 납득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또 "네 장의 쿼터에 대해선 (협회로부터) 들어본 적이 없다. 그것을 알았다면 이렇게 집회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스키협회는 지난달 말 평창올림픽 알파인 종목에 남녀 두 명씩, 총 네 명만 출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뿔이 날대로 났다. 특히 경성현은 선수 선발 과정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며 강력 반발, 지난달 29일 대한스키협회를 상대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서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5명을 제외하고 대표팀 내에서 유일하게 자력으로 종목 출전권을 따낸 김광진(23) 역시 평창행이 좌절됐다. 자비를 들여 힘들게 획득한 평창행 티켓을 협회에서 일방적으로 포기한 것은 부당하다고 한탄하고 있다.
대한스키협회 측은 올림픽 출전 쿼터 규정에 대한 해석을 법무법인에게 맡겨놓은 상태다. 2016년 당시 국제스키연맹(FIS)은 개최국 선수들이 FIS랭킹(올림픽포인트) 320위(남녀 포함) 안에 드는 개인자격을 갖추지 못할 경우 총 4장을 부여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한스키협회는 기본 2장에다 4장을 더 준다는 해석으로 9명의 대표선수를 선발해 올림픽 직전까지 훈련시켰던 것이다.
특히 협회는 9명 중 4명을 선발하는 과정도 기술계와 속도계로 나눠 올림픽포인트를 따져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선수에게 출전권이 부여됐고 멀티 능력, 즉 복합과 활강, 팀 이벤트(단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자원을 선발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김종환 대한스키협회 총무이사는 "선수들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못한 건 협회의 전적인 잘못"이라고 했다.
관건은 5일이다. 국제변호사를 통해 의뢰한 올림픽 출전 쿼터가 부당하다고 해석되면 협회는 곧바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추가 쿼터를 요청할 계획이다. 최근 러시아체육회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항소를 통해 도핑 관련 러시아 선수 39명 중 28명의 징계를 무효화시켰다.
선수들은 이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현태는 "러시아 사례처럼 우리도 올림픽을 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규정대로라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직전인 8일까지 모든 절차와 결과를 확정지어야 한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