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병지 기자회견"아홉살 막내아들이 조직폭력배가 됐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6-01-25 13:55


축구선수 김병지(전남 드래곤즈)가 25일 오전 광화문 르미에르빌딩에서 '아들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병지가 지난 11월 인터넷 커뮤니티와 언론에 제기됐던 아들의 폭력행위 가해자 논란에 관한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병지는 아들의 폭력가해자 논란에 관련해 상대방 학부모뿐 아니라 아들의 담임교사와 학교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화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1.25/

"아홉살 막내아들이 조직폭력배가 됐다."

'K리그 레전드' 김병지(46)가 아들 A군의 학교폭력 연루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병지는 2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 르메이에르빌딩에서 '진실은 흔들리지 않습니다'라는 제하의 기자회견을 갖고 아버지로서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광양 A초등학교 2학년 체험학습 후 한 학부모가 '학교폭력 피해자 엄마입니다. 가해자의 횡포 어디까지 참아야 합니까'라는 장문의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유명 축구선수의 아들이 볼풀에서 B군의 얼굴을 할퀸 적나라한 상처 사진이 온라인을 떠돌았다. B군의 어머니는 "10월 15일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체험학습에서 가해 아동에게 얼굴을 긁혀 전치 2주의 진단서를 끊었다. 다음날 가해 아동이 수업 중에 다른 아이를 또 폭행해 나를 포함한 세 엄마가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를 열어 달라 요청했다"고 썼다. "결국 '가해자 반 교체'로 결론이 났는데, 가해자 엄마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뀐 채 학폭위가 열려 억울하다며 시청에 민원을 넣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축구선수인 아빠를 닮아 그 아이가 덩치도 크다. 1학년부터 꾸준히 맞아왔지만, 전학 간다는 말에 참고 참았다"고 고발했다.

이 글이 퍼지자 네티즌들은 유명 축구선수가 김병지임을 밝혀냈고, 각포털 댓글과 SNS에서는 김병지와 가족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해 말 전남드래곤즈와의 계약이 만료된 김병지는 지난 3개월간 '가족의 문제'에 집중해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27년 선수로서 지켜왔던 시간의 무게보다 아버지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며 지난 3개월의 시간들을 보냈다. 이제 아버지의 이름으로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상대측 어머니가 만들어낸 거짓 사실에 조성된 여론이 발 없는 말이 돼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가족 모두가 평생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들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자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져 거짓을 깨고,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세달간 온,오프라인에서 수집한 증거들을 토대로, 10여 장에 달하는 자료를 공개했다. 김병지가 말하는 아들 A군의 '볼풀 사건'은 알려진 것과 내용이 달랐다. '피해자'로 알려진 B와 공놀이를 하다 '사건'을 목격한 학생의 증언을 공개했다. "A가 볼풀에서 공을 분수처럼 던졌는데 B가 내 공을 피하려고 하다가 맞았어. B가 복수를 한다며 A를 향해 볼 한개를 세게 던졌거든, A가 눈 뒤쪽에 세게 맞고 울었어. 여자애들이 달래줬지. 그런데 벌떡 일어나더니 A가 B를 향해 달려들어 헤드뱅잉해서 이렇게 (얼굴을) 긁었어. 그 다음에 B가 A 가슴을 때렸어 그런데 한번만 때린 게 아니라, B가 A를 눕인 다음에 막 때렸어." 이 증언만 보자면 전형적인 아이들의 싸움이었다. 이 증언은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채택되지 않았고, 아들 A군은 징계를 받았다. 학부모인 김병지는 심리상담과 교육을 이수했다.

김병지는 '아이 싸움'이 온라인 게시판과 댓글, 여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며 '어른 싸움'으로 번진 부분을 개탄했다. 아홉살 아들이 평생 짊어져야할 멍에에 대해 '유명인' 아버지로서 깊은 아픔을 토로했다.

"태산이가 미술을 좋아한다. 미술학원 원장님에게 오지말라는 문자가 왔다. 학교도 못가고 학원도 못간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의 다툼이다. 학폭위에서도 말했다. 선도, 교육이 목적이고 훈계가 목적이라면 피해자든 가해자든 달게 받겠다. 죄와 벌로 나누고 승리자 패배자로 나눈다면 이건 너무 가혹하지 않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은 매일 부딪치고, 넘어지고, 실수한다. 도와주고 보호해야할 아이들이다. 우리아이 아니라 상대 아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사진을 올려놓고, 여론 재판으로 몰고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이들이 받을 상처와 위태로운 상황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일로 인해 많은 부모님, 어른들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른의 지혜로 잘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마지막으로 고심끝에 기자회견을 택한 이유를 물었다. "모든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보호받아야 하고 교육 받아야 한다. 이일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하고, 상처가 좀 아물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아홉살난 막내아들이 조직폭력배로 묘사되고 있다. 이름을 바꾸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포털에 제 이름 '김병지'를 치면 '김병지 아들'이 뜬다. 눈뜨고 못볼 정도로 아이를 비하하고 있다. 블로그나 카페에 아이들 일을 묘사하는 것은 자제해주시고, 올리신 분들도 좀 내려주셨으면 정말 감사드리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