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 스포츠, 프로 구단을 프로라고 볼 수 있을까. 겉모습은 분명 프로인데 미국이나 유럽의 프로팀 기준으로 보면 대답이 궁색해진다. 예전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부분, 자생력을 갖추기 못했다. 가장 인기가 높은 종목인 프로야구 구단조차 매년 100억원 이상을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배구도 마찬가지다. 일부 종목의 경우 한해 구단 운영비의 70~80%를 모기업 지원금으로 메우는 게 현실이다. 모기업이 손을 떼는 순간 존폐를 걱정해야하는 처지다.
문체부는 수익금 배분 체계를 뜯어 고쳤다. 스포츠토토에서 국내 종목 비중이 30% 정도다. 일괄적으로 종목 단체에 지급하던 수익금의 일부를 프로 공통, 유소년 육성, 프로구단 지원금으로 세분화 했다. 프로 공통의 경우 승부조작방지 캠페인 등 종목에 상관없이 함께 집행이 필요한 항목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토토수익금 중 953억원을 지급했다. 프로종목에 돌아가던 비율이 올해부터 크게 축소됐다.
이전에는 경기 단체 혹은 구단이 유소년 육성 지원금을 집행을 했는데, 이 부분을 따로 뗐다. 문체부는 협회장이나 구단이 취지에 맞지 않게 불투명하게 자금을 써왔다고 판단했다. 협회장이 이 돈을 격려금으로 사용한 경우가 많았고, 불필요한 대회 개최에 투입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문체부는 유소년 육성 자금 또한 종목별로 우열을 따져 차등 지급한다.
사실 순위에 따른 지원금 액수차가 수억원에 불과하다. 구단 전체 운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 금전적인 면으로만 보면 크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프로 구단 입장에서는 '받으면 좋고 안 받아도 상관없는 돈'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체부는 자생력 제고를 위한 노력, 성과를 수치화한 순위가 구단 모기업 간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프로야구를 예로들자면, 4년 연속 통합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가 이 순위에서 한화 이글스나 LG 트윈스에 뒤질 수도 있는데, 이런 결과가 모기업 간의 긍정적인 자존심 싸움을 유발하고,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 자생력 없는 구단의 '묻지마식 성적지상주의' 해소가 목표다.
김 종 문체부 2차관은 "경영과 마케팅을 반영한 순위가 나오면 구단 모기업 간의 자존심 경쟁이 일어날 것이다"고 했다. 문체부는 일단 올해는 예비기간으로 하고 연말이나 내년 초에 구단별 순위를 발표할 예정이다.
과연 실효성은 있나
결국 문체부가 전면에 나선 배경에는 프로 종목 단체, 구단들의 개혁 의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자리하고 있다. 대다수 팀이 장기적인 비전에 따라 리그, 팀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모기업의 우산 아래 당장 성적에만 신경을 쓴다는 게 문체부의 입장이다. 문체부가 프로 단체에 의견을 물었지만 답변이 없었다고 했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해도 납득할 만한 논거가 있어야 한다. 우선 문체부가 프로 구단 운영까지 관여해야하느냐가 문제다. 프로 구단은 모기업의 상황, 구단주의 의지에 따라 민간기업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조직이다. 일부 아마종목처럼 불투명한 조직운영, 재정문제가 불거진 예가 없다. 정치적인 이유로 출범한 종목이 있지만 30여년이 흐르면서 종목 특성에 맞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이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 굳이 정부가 관여할 정도로 낙후된 조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경기장을 소유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불협화음을 일으킨 경우가 있는데 이는 다른 문제다. 한 프로종목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지원금을 안 받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구단 평가 항목 내지 기준 또한 애매하다. 연고지역의 인구, 경기장 규모, 모기업 유무 등에 따라 구단 상황이 천차만별이다. 객관적이고 명확한 평가지표를 확립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한 프로구단 관계자는 "괜찮은 시도인데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정교한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부분에 가중치를 줄지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실효성을 떠나 문체부 기준에 따른 구단 순위가 스포츠계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킬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