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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그레코로만형 金후보의 '4인4색' 출사표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9-30 06:19



안한봉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감독은 결연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전체급 석권을 다짐했다. "이 선수들과 730일을 준비했다. 7인의 전사들에게 준비 기간이 헛되지 않게 전체급을 석권하자고 했다. 레슬링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의지로 보여드리겠다." 7체급에서 7개의 메달을 노리는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이 30일부터 이틀간 열전에 돌입한다. 7체급에서 모두 금메달을 석권하면 좋겠지만 경쟁 상대가 만만치 않다. 일본과 이란, 중국 등 전통적인 레슬링 강국의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고 북한도 정예멤버를 보냈다. 한국 레슬링 자유형이 이란의 벽에 막혀 '노골드'로 대회를 마감한 것만 봐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러나 대한레슬링협회는 최소 4개의 금메달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한국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의 대표 주자인 김현우(26·삼성생명)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4년전 대학생으로 첫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은 김현우는 2회전에서 무릎을 꿇으며 자존심을 구겼다. 2년 뒤 그는 세계 정상에 섰다. 런던올림픽 66㎏급에서 눈에 멍이 들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결승전을 치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체중감량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75㎏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체급을 올려도 '세계 최강' 타이틀을 유지했다.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섰고,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마저 제패했다. 이제 김현우가 그랜드슬램 달성까지 남은 대회는 아시안게임 뿐이다. 김현우는 "그랜드슬램을 많이 얘기하는데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려 한다. 준비한대로 하면 금메달은 따라 올 것"이라고 했다. 지옥훈련을 견뎌낸 김현우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영화 '명량'을 보며 다시 한 번 정신무장을 했다. 그리고 금메달을 향한 자신의 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영화를 보면서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는 말을 가슴에 담았다. 죽을 각오로 하면 해낼 수 있다."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지현(31·울산남구청)의 출사표는 '비움'이다. 그는 "세 번째 아시안게임 도전이다.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 몸이 경직됐다. 이번에는 홀가분하게 하려고 한다. 꼭 금메달을 따내겠다"고 했다. 정지현은 그동안 자신에게 쏠린 시선과 중압감에 아테네올림픽 이후 국제 무대에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의 마지막 국제무대가 될 수 있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모든 부담을 털어냈다. 오히려 그는 '비움' 대신 '채움'으로 고생했다. 체급을 66㎏급에서 71㎏급으로 올리면서 5㎏를 늘리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했다. 정지현은 "살찌는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며 웃음을 보였다. 결국 대회전 71㎏까지 체중을 늘리는데 성공했다.

이밖에 경량급의 두 강자도 아시아 정상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말춤' 세리머니를 펼쳐 유명세를 탄 류한수(26·삼성생명)는 66㎏의 금메달 수집에 나선다. 류한수는 대회가 반갑다. 잠시마나 지옥 훈련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훈련을 한번 하고 오면 저승사자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온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라면서 "상대 선수를 이기기전에 내 자신을 이기려고 매일 힘들고 고통스러운 훈련을 참았다. 이제 금메달을 따내는 일만 남았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오랜 무명생활을 견뎌낸 끝에 첫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대기만성형 유망주' 김영준(29·수원시청)은 "2진으로만 뛰다 30세에 유망주 소리를 듣고 첫 출전하게 됐다. 준비는 끝났다. 컨디션만 조율하면 금메달을 따낼 수있다"고 밝혔다. 김영준은 금메달을 두고 '남북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금메달을 위해 지난해 세계선수권자인 북한의 윤원철(25)을 넘어야 한다. 그는 "윤원철이 순발력은 세계 정상급이지만 지구력이 약하다. 나처럼 유연하고 지구력이 강한 선수에게 밀린다. 상대 특성으로 볼 때 내가 무조건 이긴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영준과 정지현은 30일, 김현우와 류한수는 10월 1일 금빛 구르기에 도전한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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