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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같이 레이스하다가 막판에 치고나가는 전략이었는데, 많이 지쳤다."
불과 한달전인 지난달 23일 호주 팬퍼시픽수영선수권에서 3분43초15의 올시즌 세계최고기록을 작성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쑨양의 금메달 기록보다 0.08초 빠르다. 첫 50m를 25초85로 주파했다. 마지막 구간을 제외한 전구간에서 흔들림없이 28초대를 끊었다. 특유의 장점인 막판 스퍼트가 빛났다. 쑨양에 비해 뒤진다고 생각했던 300~350m 구간에서 27초61로 기록을 앞당겼고, 350~400m 마지막 구간은 특유의 뒷심으로, 26초99에 끊어냈다. 모범적이 레이스였다. 박태환 역시 이런 레이스를 꿈꿨지만 굳어버린 근육은 말을 듣지 않았다. 박태환은 지난 8월 말 입국해 마지막 3주간 인천박태환수영장에서 적응훈련을 가졌다. 불과 일주일전 마지막 구간기록 테스트에서 '세계기록 페이스'가 나왔다는 얘기도 들렸다. 몸안에 시계가 내장됐다고 할 만큼 정확한 구간기록을 맞춰내는 박태환의 레이스라고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박태환은 "마지막 인천에서의 준비과정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에둘러 말했다. "제가 그동안 준비를 잘해왔지만, 이번 대회 준비에 불찰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에서 하다보니 이슈가 많이 됐다. 이곳에 와서 처음 2~3일은 좋았다. 연습한대로만 준비했다면 1위 기록도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얼굴이 알려진 국내에서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며 좀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있었던 것같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결국 안방 부담감이 독으로 작용했다.
자유형 200m 은메달 직후 엄지부상을 호소하며 계영 800m에 출전하지 않은 쑨양은 건재했다.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 박태환뿐 아니라 하기노가 함께해 의미 있었다. 첫 200m에서 어려웠다. 왼손 엄지 부상 때문에 힘들었는데 그걸 이기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활짝 웃었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