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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괴력 역사' 엄윤철, 북한에 첫 金 안긴 현장에선?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9-21 08:20


엄윤철 인천=하성룡 기자

'엄윤철, 최고다. 엄윤철! 엄윤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12년만에 북한의 인공기가 한국 하늘에 펄럭였다. 바벨을 플랫폼에 내려놓는 순간 경기장에는 북한 최고 역도 스타의 이름이 메아리쳤다.

'괴물 역사' 엄윤철(23)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북한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엄윤철이 20일 인천 달빛축제정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56㎏급에서 인상 128㎏·용상 170㎏·합계 298㎏을 들어올려 정상에 올랐다. 용상에서 170㎏을 들어올린 엄윤철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용상 세계기록(169㎏)을 1㎏ 늘리며 이번 대회 첫 세계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역도 경기장은 엄윤철을 위한 축제의 장이었고 북한 선수단, 관계자들과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축제 현장의 조연이었다.



오후 7시, 엄윤철이 경기 시작에 앞서 관중을 향해 인사를 하면서부터 심상치 않은 열기가 감지됐다. 북한 선수단 관계자 30여명과과 붉은 유니폼을 입은 70여명의 '아리랑' 통일응원단이 함께 관중석에 앉아 엄윤철의 이름을 연호했다. 기대가 컸다. 엄윤철은 북한이 자신하는 금메달 유력 후보였다. 15세이던 2006년 압록강 체육단에 입단한 이후 2007년부터 세계주니어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엄윤철은 21세의 나이로 출전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세계 역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세계랭킹 11위였던 엄윤철은 성적이 낮은 선수들이 출전하는 B그룹에서 인상 125㎏을 들어올리더니 용상에서 168㎏에 성공해 세계기록을 작성했다. 성적이 좋은 선수들이 속한 A그룹 경기가 끝난 뒤에도 엄윤철은 최고 순위를 지켰고 합계 293㎏으로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짧은 순간에 북한의 역도 영웅이 된 엄윤철은 지난해 자신의 용상 세계기록을 다시 170㎏으로 1㎏ 늘리며 '괴물 역사 시대'를 열었다. 기대감을 반영하듯 김영훈 조선올림픽위원회 위원장 겸 체육상이 VIP 석에 자리해 경기 내내 응원을 보냈다.


김영훈 조선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엄윤철. 인천=하성룡 기자

시원시원했다. 엄윤철은 인상 3차시기(131㎏)에서 단 한차례 바벨을 놓쳤을 뿐, 나머지 5차례(인상 2차례, 용상 3차례) 시기를 클린 동작으로 성공시키며 박수 갈채를 받았다. 기합 소리와 함께 플랫폼을 강하게 딛는 경기 스타일에 관중들은 더욱 매료됐다. 역전 우승이라 긴장감마저 넘쳤다. 인상에서 3위에 그쳤던 엄윤철은 용상에서 우징바오(중국)와 탓 킴 뚜안(베트남)을 차례대로 넘어서며 정상에 올랐다. 이미 승부가 결정난 뒤에도 온 힘을 다해 용상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엄윤철은 어린애처럼 경기장 이곳저곳을 뛰어 다녔고 조용히 경기를 지켜보던 김영훈 체육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시상식을 마친 엄윤철은 무대 아래로 내려와 김영훈 체육상의 품에 안겼다. 엄윤철에 앞서 열린 여자 역도 48㎏급 경기에서 몸무게 400g 차이로 동메달을 놓친 백일화는 "내가 따지 못한 메달을 대신 따줘서 감사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관중석도 들썩 거렸다. 어깨에 인공기를 두른 엄윤철이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자 통일응원단은 북한의 노래인 '반갑습니다'를 합창했다. 이날만큼은 한국과 북한이 분단의 아픔을 잠시 잊고 '우리는 하나다'를 마음껏 외쳤다.

엄윤철도 하나된 응원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한국팬의 응원 소리가 컸다'는 질문에 "성원에 감사하다"고 답했다. 금메달 소감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이 빠지지 않았다. 그는 "빨리 김정은 위원장님께 금메달을 드리고 싶다. 김정은 위원장님의 깊은 관심으로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옥에티도 있었다. 우승 후 기자회견에 참석해야 하는 엄윤철이 조직위원회의 설득에도 불참을 결정했다. 도핑 테스트후 기자회견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뒤 10분만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 "믹스트존 인터뷰만으로도 충분하다"는게 북한이 조직위에 전달한 기자회견 불참 이유였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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