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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말, '엄마검객' 남현희(33·성남시청)는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마지막 주말 외박을 허락받았다. 몇 달 전부터 예약돼 있던 딸 하이의 성장사진을 찍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곱게 메이크업을 하고, 하이와 함께 카메라앞에 섰다.'국가대표 펜서' 엄마와 '국가대표 사이클리스트' 아빠(공효석) 사이에서 태어난 '우월한 유전자' 하이는 운동에너지가 넘쳤다. 장난감 칼을 들고 엄마와 칼싸움을 하느라 마냥 신이 났다. 폴짝폴짝 뛰어오르다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 남현희가 딸 하이에게 물었다. "하이야,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1초만에 답이 돌아왔다. "아빠!" "그럼 '엄마'가 좋아? '엄마'가 좋아?" "엄마!" 남현희가 하이를 꼭 끌어안으며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강한 여자, 자랑스런 엄마' 남현희는 인천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의 얼굴이다. 19일 개막식에서 양궁 에이스 오진혁과 함께 선수대표로 선서를 한다. 21일 고양체육관에서 펼쳐지는 여자플뢰레 개인전, 24일 단체전에서 아시안게임 2관왕 3연패의 '위업'에 도전한다.
지난 10년간 1m57의 작은 키, 220㎜의 작은 발로 세계를 제패해왔다. 불리한 신체조건을 빠른 발과 예리한 손, 스마트한 머리, 지고는 못사는 승부근성으로 극복했다. 지난 10년간 혹사한 무릎은 정상이 아니다. '빙상여제' 이상화는 태릉치료실 절친이다. 이상화 역시 오래된 무릎 부상을 딛고 소치동계올림픽에서 2연패에 성공했다. 수시로 '동병상련' 재활 정보를 공유한다. 퉁퉁 붓고, 물이 차오른 무릎을 두터운 테이프로 친친 동여맨 채 '펜싱여제' 남현희는 오늘도 달리고 또 달린다.
독한 '엄마 펜서'의 길을 결심한 건, 딸 하이 때문이다. 하이에게 자랑스런 엄마가 되고 싶다. 주말 외박때마다 훌쩍 자라 있는 딸 하이, 잘 웃고, 건강하고, 씩씩해서 더 고맙고 더 미안한 딸 하이에게 금메달을 걸어주는 것이 꿈이자 목표다. 지난 7월 수원아시아선수권, 엄마의 2관왕 시상식에서 하이는 음악에 맞춰 신명나게 춤을 췄었다. 인천 피스트에서도 하이의 '금메달 댄스 세리머니'를 기대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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