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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 만발' 빙속 3남매의 키워드는 '여유-재미-초심'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01-15 17:08 | 최종수정 2014-01-15 17:08


소치 동계올림픽 빙상 대표선수단의 미디어데이가 15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렸다. 스피드스케티일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이 질문에 답하며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태릉=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1.15/

그 어떤 초조함이나 부담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훈련은 물론이고 기자회견까지 모든 과정을 즐기고 있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 나서는 '빙속 3남매' 이상화(25·서울시청) 모태범(25) 이승훈(26·이상 대한항공)의 키워드는 '여유' '재미' 그리고 '초심'이었다.

한체대 07학번 동기인 이들은 15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빙상국가대표선수단 미디어데이에 나란히 나섰다.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선수들간의 차이는 있었다.

이상화는 출사표부터 자신감이 넘쳤다. "더 이상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36초36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세계신기록 보유자다운 여유였다. 이상화는 "올림픽 500m 2연패를 하고싶지만 욕심이 많으면 실수도 많아질 것 같다"며 "늘 하던대로 과정에 충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의 세계신기록 수립 가능성에 대해서는 "36초36을 뛴 레이스는 한치의 오차가 없이 정말 완벽했다. 그 경험을 토대로 한다면 좋은 기록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남자 500m와 1000m에 나서는 모태범은 '재미'를 이야기했다. 4년전 열렸던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미디어데이 당시 모태범은 질문 하나 받지 못했다. 모태범은 "4년 전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아서 부담을 안 가질 수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오히려 편하게 준비한다. 500m와 1000m를 동시에 타기 때문에 체력에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태범의 즐거움은 기자회견 말미에 드러났다. 올림픽 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이야기다. 결과가 안 좋으면 얄짤 없다"고 말해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모태범은 "바퀴 달린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동차 광고 한번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상화가 국내 자동차 브랜드 광고를 찍은 것을 다분히 의식한 답변이었다.

이승훈은 '초심'을 입에 올렸다. 이승훈은 4년전 벼랑끝이었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로 전향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도 큰 기대없이 도전 자체에 의의를 두었다 그러던 이승훈이 첫 올림픽에서 사고를 쳤다. 5000m에서 은메달, 1만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4년간 한국 장거리 빙속의 간판 선수로 발돋움했다. 그래도 교만하지 않게 자기 자신을 채찍질했다. 이승훈은 "밴쿠버 이후 운동 생활은 내게 보너스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4년전 밴쿠버대회에 출전했을 때의 마음가짐, 즉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선배로서의 책임감도 있었다. 이승훈은 8일 남자 5000m에 나선다. 한국 선수단의 올림픽 첫 경기다. 이승훈은 "5000m는 개인적으로도, 한국선수단에게도 중요한 경기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 경기 결과에 한국 선수단 전체가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살짝 웃음을 내비쳤다. 이승훈은 "5000m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1만m까지 열흘 동안 집중력 흐트러지지 않고 잘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승훈은 22일 한체대 후배들인 주형준(23)과 김철민(22)과 함께 팀추월에 나선다. 한국 선수단의 마지막 경기다. 이승훈은 "후배들과 하는 경기이기에 큰 의미가 있다.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세 선수 모두 통한 것도 있었다. 바로 '소치의 느낀 밴쿠버의 기억'이었다. 세 선수는 모두 지난해 3월 소치 아들러 아레나에서 열린 2013년 세계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 나섰다. 올림픽이 열리는 그 곳이었다. 세 선수는 모두 "빙판 위에 서는 순간 밴쿠버 때와 비슷하다고 느꼈다"면서 입을 모았다.
태릉=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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