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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두 레슬링 대표팀 감독 "선수촌에서 얼굴도 못들겠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2-13 10:52 | 최종수정 2013-02-13 10:57


방대두 레슬링대표팀 감독.

레슬링이 올림픽 핵심 종목에서 퇴출됐다는 소식을 접한 12일 밤, 잠을 설쳤다. 13일 태릉선수촌 오전 훈련에 앞서 식당으로 향한 그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밥을 먹으로 가는데 부끄러워서 얼굴을 못 들겠더라. 온 몸이 오그라들었다."

방대두 레슬링대표팀 총감독(59)이 한 숨을 내쉬었다. 레슬링이 영원히 스포츠 종목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에만 매진하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공존했다.

그는 "당장 대표 선발전이 있어서 금요일에 퇴촌인데"라면서 "선수들이 태릉선수촌에 들어와 있는 것은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다. 그런데 올림픽에서 퇴출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장래가 얼마나 불안했겠나"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2일(한국시각)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2020년 대회부터 채택할 올림픽 '핵심종목(Core Sports)' 25개를 선정했다. 레슬링은 25개 종목에 없었다. IOC 집행위원회는 오는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릴 총회 안건에 부쳐 최종 승인을 결정할 예정이다. 집행위의 결과가 총회에서 뒤집히는 일은 거의 없어 2020년 올림픽에서 레슬링의 퇴출은 확정적이다.

방 감독이 분석한 레슬링이 철퇴를 맞은 이유는 잦은 룰 규정 변화 때문이다. 그는 "레슬링은 올림픽 힘의 상징이다. 고대올림픽부터 근대까지 레슬링이 올림픽의 꽃이라고 생각했다. 레슬링은 맨 몸으로 정직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자주 비판에 직면하며 경기 룰을 바꾸다 보니 더 재미없는 레슬링이 됐고 더 퇴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이어 "국제레슬링연맹(FILA)에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 퇴출이라는 말이 나오긴 했지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결국 이렇게 됐다"고 했다.

아직 희망은 버리지 않고 있다. 레슬링이 핵심 종목 채택은 물건너 갔어도 레슬링이 2020년 하계올림픽의 추가 종목으로 선택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IOC는 오는 5월 러시아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야구·소프트볼, 가라테, 우슈, 롤러스포츠, 스쿼시, 스포츠클라이밍, 웨이크보드 등 7개 종목과 이번에 핵심 종목에서 제외된 레슬링 중 하나를 골라 2020년 하계올림픽의 한 종목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방 감독은 "러시아에서 IOC 집행위원회가 열리는데 러시아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러시아가 워낙 레슬링 강국이다.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FILA도 그때까지 충분한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레슬링이 올림픽의 꽃이었다는 것을 IOC 위원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레슬링은 올림픽에서 절대 빠질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결정으로 인해 침체기에서 빠져 나와 부활을 꿈꾸던 레슬링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정식 종목이랑 올림픽에서 빠진 종목이랑은 정말 차이가 많이 난다. 다들 레슬링을 안하려고 한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 학생들에게 조금씩 인기가 생기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생기니…."

숱한 스타플레이어를 양산하며 한국 레슬링을 이끌어온 방 감독도 끝내 말을 잊지 못했다. 퇴출 결정이 현실이 아닌 꿈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뿐이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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