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학교체육]일본까지 소문난 서울 계성초'스마트'수업 참관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6-04 15:58


◇1일 서울 반포 계성초등학교의 스마트 체육수업시간. 4학년 온유반 남학생이 플라잉디스크 던지기를 하는 친구의 사진을 태블릿PC 동영상으로 찍고 있다.  반포=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서울 계성초등학교 조기성 교사가 플라잉디스크 체육수업 중 학생들이 직접 찍은 동영상을 보며 자세를 교정해주고 있다.  반포=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6.01/

◇학생들이 태블릿PC에 접속하자 선생님의 전자칠판에 로그인 현황이 자동체크됐다. 로그인과 동시에 노란불이 들어왔다.  반포=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찍어온 자신의 플라잉디스크 던지기 동영상을 보며 스스로 교정해야 할 점을 찾아내고 있다.  반포=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6.01/

◇운동장에서 찍어온 자신의 플라잉디스크 던지기 동영상을 꼼꼼히 살펴보며 잘못된 점, 잘한 점을 찾아내고 있는 여학생. 반포=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6.01/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배포한 플라잉디스크 자세에 대한 설문평가지에 답하고 있는 여학생.

지난 1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계성초등학교 4학년 온유반의 체육시간, 잔디가 파릇한 운동장에 나선 아이들의 손엔 저마다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탭'이 들려있었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준비운동을 마친 아이들은 익숙하게 태블릿PC를 집어들었다. 이날 체육수업은 플라잉디스크 던지기. 남녀 2인1조, 짝꿍끼리 마주 섰다. 남학생이 플라잉디스크를 던져올리자 여학생이 진지한 표정으로 연습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서로의 모습을 동영상에 담은 아이들은 수차례 동작을 리플레이하며 던지기와 찍기를 반복했다.

스마트 체육수업 엿보기

오전 10시30분 스마트스쿨 시범학급으로 지정된 4학년 온유반 교실 안, 조기성 담임교사(37)가 교실로 돌아온 아이들에게 '로그인'을 재촉한다. "민권아, 예준아, 수업참여해아지." 아이들이 태블릿PC에서 수업참여 버튼을 누르자 교탁앞 전자칠판에 하나둘씩 노란불이 들어온다. '전자 출첵(출석체크)'이다. 30명 학생들의 PC 현황이 선생님의 전자칠판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방금 운동장에서 찍은 동영상을 통해 자세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자." 교사와 학생들의 태블릿PC는 교실 전용 인터렉티브(쌍방향) 수업 솔루션으로 연결돼 있다. 교사가 학생들의 PC를 원격제어하고, 파일을 공유하며, 간단한 즉석 퀴즈, 설문조사, 투표 및 평가도 가능하다. 아이들의 태블릿PC 속에는 과목별 전자교과서와 멀티미디어 수업자료들이 빼곡하다. '플라잉디스크의 올바른 자세' 동영상 자료도 이미 수업 전 공유한 상태. 방금 찍어온 자신의 동영상과 비교해보면 교정 포인트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조 교사가 학생들에게 '플라잉디스크 자세에 대한 생각'이란 제목의 즉석 설문지를 보냈다. '내 플라잉디스크 자세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가'라는 항목에 저마다 '예스' '노'로 답했다. 27명의 학생이 자신의 자세가 올바르다고 답했다. 설문에 대한 통계 그래프가 전자칠판에 떴다. 학생들이 "플라잉디스크를 수평으로 놓아야겠다" "중심이동을 더 잘해야겠다" 등 자세에 대한 평가를 뚝딱뚝딱 쳐올린 후 엔터키를 누르자, 불과 2분만에 학생 전원의 생각이 일목요연한 표 형식으로 전자칠판에 나타났다.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했고, 동시에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수업 종료 종소리와 함께 선생님이 네트워크를 통해 아이들의 PC를 자동 종료시켰다. PC 사용은 교사의 철저한 통제에 따른다. 아이들은 전자칠판 옆에 놓인 대형 충전기에 자신의 태블릿PC를 차례대로 꽂아넣었다. 스마트 체육시간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 학급 이윤서양(10)은 "동영상을 보니 플라잉디스크를 던질 때 팔이 약간 위로 올라가있더라. 스스로 자세를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김영재군(10) 역시 "재미없는 책 대신 좋아하는 태블릿PC로 수업하니 훨씬 집중력도 생기고 흥미롭다. 수업과 관련된 다양한 동영상도 볼 수 있고, 친구들의 움직임을 찍으며 정확한 동작을 익힐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것이 대한민국 교실의 미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5년을 목표로 전국 초중고교에 디지털교과서, 전자칠판으로 이뤄지는 스마트 스쿨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스마트 수업 시범교실로 지정된 서울 계성초등학교 4학년 온유반 어린이들과 조기성 담임교사가 전자칠판 앞에서 전자교과서가 탑재된 태블릿PC를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1일 '스마트스쿨 시범교실'로 지정된 서울 계성초등학교 4학년 온유반 체육수업에는 일본, 터키 디지털 교육 전문가들이 참관했다. 수업내용을 비디오카메라로 담으며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스마트 수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반포=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2012년판 신사유람단' 대한민국 스마트 수업 참관 열기

이 학급 조기성 교사는 '스마트 교육 전도사'다. 교육과학기술부 스마트 교육 중앙 선도교원으로 맹활약중이다. "스마트 수업의 경우 학생 스스로 탐구한다는 장점이 있다. 선생님이 일일이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의 자세를 모니터링하면서 고쳐나가는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다"고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교육 성과를 설명했다. "직접 가기 힘든 장거리 현장수업이나 지리, 사회, 역사 수업에도 스마트 러닝은 매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계성초등학교 체육수업 현장에는 일본, 터키에서 날아온 디지털 교육 전문가 시찰단이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 체육수업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했다.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수업을 참관한 후 '스마트 스쿨 전문가' 조 교사를 향해 30분 넘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스마트 수업에 대한 관심과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나카무라 이치야 일본 게이오대 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부 교수는 "오늘 본 수업 사례가 일본 교육에도 좋은 롤모델이 될 것같다"며 흡족해 했다. "특히 개인적인 디지털기기 사용에 그치지 않고 서로 소통하며 학습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2020년까지 전자교과서를 도입할 계획인데 우리도 더 서둘러야할 것 같다. 민간 차원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터키에서 온 고칸 카라버스트 이스탄불대 교수는 "한국 학생들이 태블릿PC를 능수능란하게 조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스마트 교실로의 급격한 이동에 대해 "미래 교육이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모든 변화에는 저항이 따를 수 있지만, 결국 변화란 언제나 좋은 것"이라는 '열린 입장'을 대변했다.

조선 말기이던 1881년 고종은 일본에 '신사유람단'을 파견했다. 산업혁명 직후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선진 이웃' 일본의 발전상을 시찰하고 오라는 어명이었다. 130년 후 스마트 세상에선 상황이 역전됐다. 일본이 한발 앞선 한국의 '스마트' 교육을 주시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5년을 목표로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전자교과서, 전자칠판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스쿨' 시스템을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모든 과목의 교과서가 종이에서 디지털로 바뀐다. 무거운 책가방도 사라진다. 총 2조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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