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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학교체육이 희망이다]"공부와 운동 함께하니 성적도 쑥쑥"

국영호 기자

기사입력 2011-06-13 13:22


◇성호초등학교 축구부 학생선수들이 방과 후 교실 수업을 들으며 기뻐하고 있다. 오산=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공부랑 운동을 같이 하는 게 힘들지 않냐고요? 전혀요. 학교 다니는 게 신나요."

경기도 오산 성호초등학교의 축구부 6학년 노경민군은 지난해 축구선수로 엘리트체육을 시작하면서부터 성적이 쑥쑥 올라갔다며 웃어보였다. 노군은 "작년 전과목 평균 점수가 90점이었는데 축구를 시작한 올해에는 5점 올라 95점을 맞았다"고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제법 어른스러운 말투로 "축구는 실패해도 공부는 실패하면 안된다"고도 했다. 노경민은 독서를 많이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노군 뿐만 아니다. 5학년 김진태군은 "축구를 시작할 때 성적이 떨어지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을 했다. 실제로 초반에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 하지만 방과 후 교실을 통해 복습하고 모르는 것은 선생님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금세 성적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4학년 서정원군은 "부모님과 선생님 모두 '축구는 머리로 하는 것이다'고 강조하신다. 방과 후 교실 덕분에 축구하기 이전 보다 전 과목 평균 10점 이상 올라갔다"고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고영주 축구부 감독은 "우리 때는 공부 안하고 수업 시간에 땡땡이치고 담을 넘거나 잠자는 게 일상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후회가 참 많이 된다"면서 "공부는 안하고 축구만 하니까 축구 이외 것들은 전혀 모르겠더라. 배운 게 많지 않다보니 사회에서는 뭐든지 두려웠다"고 했다.

이동근 성호초 교육과정 부장은 "지난해 공부하는 학생선수 시범학교로 지정된 뒤 학생선수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고 있다"며 "똑같이 수업을 받고 방과 후 축구 훈련을 하게 한다. 훈련을 마친 뒤에는 방과 후 교실을 통해 보충교육을 실시한다. 효과가 좋다"고 했다.

데이터가 말해준다. 이같은 프로젝트가 시작된 뒤 성호초 축구부 학생선수들의 성적이 좋아졌다. 2009년 1학기 중간고사 때까지만해도 평균 이상 성적을 내는 학생선수가 8명에 불과했는데 같은 해 2학기 기말고사 때는 14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동근 부장은 "처음에는 평균 이하의 학생들이 많았는데 2년차인 올해에는 대부분의 학생선수들이 학년평균을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축구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학업 성적과 정비례하고 있다. 2009년 시작된 주말리그 조별리그에서 7위에 그쳤던 성호초는 지난해 4위로 성적이 올라갔고, 올해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공부와 운동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있는 성호초다.

사실 국내에는 학교 체육을 등한시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학업 및 입시 지상주의 때문이다.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부하지 않는 운동선수'와 '운동하지 않는 학생'으로 나뉘어졌다. 학생선수는 '운동기계'로 전락했다. 오전, 오후 훈련을 하는 학생선수들은 수업을 빼먹기 일쑤였다. 학생선수들 스스로 피곤하다며 공부할 권리를 내팽겨친 감도 없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학교체육의 주무부처인 교육기술과학부와 문화체육부는 정책 공조를 폈다.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주말리그제를 도입하고 스포츠 강사 제도 도입 등을 통해 학교체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다.


성호초는 지난해 프로젝트를 시작해 현재 모범학교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두 가지 줄기를 갖고 계획을 실천해왔다. 교내에서는 학생선수들의 정규수업 100% 참석 유휴교실을 이용한 학습지원환경 조성 총력지원체계 구축을 통한 초중고 연계성 확보 방과 후 교실을 통한 학습환경 조성 멘토-멘티 맺기 활동을 통한 지속적인 학습 및 생활상담을 하고 있다. 교외에서는 경기도 교육청 공부하는 학생선수 운영위원회 조직 및 운영 스포츠자문단 운영 경기력 향상 프로그램 운영 개인별 경기력 분석 등을 진행 중이다.

운동하는 학생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성호초는 축구, 풋살(실내축구), 복싱, 배드민턴, 단체줄넘기, 씨름 등 다양한 스포츠클럽을 운영 중이다. 임성재 교장은 "부적응이 우려되는 학생을 대상으로, 그들이 스트레스를 건전한 스포츠로 풀어낼 수 있도록 복싱클럽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자리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그동안 학생선수에 대한 왜곡된 교육이 이뤄졌다. 면밀히 검토해서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오산=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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