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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69세'→'김지영'…젠더갈등 심화→별점테러 희생양 되는 여성주의영화들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08-24 09:06 | 최종수정 2020-08-24 14:21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여성주의 영화들이 날이갈수록 극심해지는 젠더갈등의 희생양이 되어야 할까.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된 이후 주연배우 예수정의 명품 연기와 사려깊고 섬세한 연출로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이끈 영화 '69세'(임선애 감독)가 20일 개봉 이후 난데없는 '별점테러'의 주인공이 됐다. '69세'는 젊은 남성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69세 노년 여성 효정(예수정)이 자신에게 처해진 부당한 현실에 꿋꿋이 맞서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할 만큼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영화를 관람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영화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나 완성도, 의미와 별개로 영화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일부 집단이 등장했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 영화 정보 관객 평점에 짧은 시간에 1점을 무차별적으로 투하한 이 집단은 노년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범죄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며 젊은 남성을 비하하는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왜곡하고 있다. '수준 낮은 선동용 영화' '날로 먹기 딱 좋은 영화' '그렇게 불안하면 유럽가서 서양인이나 만나서 살아라' 등의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악플까지 이어졌다.

이에 '69세'를 지지하는 관객들과 여성 네티즌들은 자발적으로 의미없는 비난을 멈춰 달라고 나서고 있다. 높은 점수의 별점을 매기면서 별점테러에도 맞서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 영화 평점에서 '69'세는 여성으로부터는 9.88점의 높은 별점을 받았으나 남성으로부터는 3.03점을 받는데 그치고 있다.(24일 오전 9시 30분 기준)
사실 여성 영화를 향한 별점테러는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 아니다. 두 명의 여성을 투톱으로 내세워 남성 성범죄 집단을 처단하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버디 액션 무비 '걸캅스'(정다원 감독, 2019)도 개봉 이전부터 별점테러의 희생양이 됐다. 특히 일상적인 차별에 노출돼 있는 여성들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내 대한민국 페미니즘 열풍에 큰 영향을 줬던 조남주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82년생 김지영'(김도영 감독, 2019)을 향한 평점 테러와 악플의 강도는 어마어마했다. 반(反) 페미니즘 단체 및 일부 남성 커뮤니티 위주로 별점테러와 불매 운동 움직임은 물론, 주연배우인 정유미 개인 SNS까지 찾아가 악플을 쏟아내는 시대착오적 악플러들까지 대거 등장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영화라고 이같은 테러를 피할 순 없었다. 세 명의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기존의 시리즈보다 훨씬 여성 캐릭터의 롤과 활약이 강조된 이야기를 그렸던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팀 밀러, 2019) 역시 '페미 선동 영화'라며 일부 남성들의 공격의 대상이 됐고, 초대형 블록버스터인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캡틴마블'(애너 보든˙라이언 플렉 감독, 2019)도 '남성 혐오를 조장하는 여성우월주의 영화'라며 평점 테러를 당했다. 이들은 타이틀롤을 맡은 브리 라슨이 기존의 여성 전사, 히어로들과 달리 섹시한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브리 라슨이 여러 발언을 통해 페미니즘을 지지하며 남성 혐오를 조장했다고 주장하며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젠더 갈등과 혐오 현상이 심해짐에 따라 여성 중심의 영화들에 대한 비정상적인 테러 움직임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당한 비평이 아닌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혹은 여성 주인공이 남성 빌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스토리라는 이유만으로 비정상적인 테러와 조롱의 주인공이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극장 관람의 건강한 관람 문화를 방해한다"면서 "모든 영화를 한쪽으로 치우친 편협한 시각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관람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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