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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체육]'런던銅'정진선"동호인 열기...펜싱도 이젠 '국민스포츠'"[동호인선수권 현장]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11-04 05:30



[올림픽공원=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정진선펜싱클럽, 윤남진펜싱클럽, 악시움펜싱랩, 해운대펜싱클럽, 울산펜싱클럽, IFC제주 클럽….'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펜싱경기장 관중석엔 각 펜싱클럽의 선전을 기원하는 수십 개의 깃발이 내걸렸다. 대한펜싱협회가 2~3일 전국 펜싱클럽, 동호인 대상으로 개최한 제7회 대한펜싱협회장배 동호인 펜싱선수권 대회. 전국 88개 클럽에서 기량을 갈고 닦아온 동호인 선수 911명의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15개의 피스트가 주단처럼 깔린 가운데 펼쳐진 '펜싱코리아'의 동호인 대회 열기는 뜨거웠다.

반가운 얼굴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정진선이 직접 운영하는 '정진선 펜싱클럽' 동호인들을 이끌고 참여했다. 16강전, 직접 지도해온 여성 동호인 선수가 15대14, 한끗차로 상대를 돌려세우자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을 외쳤다. 동호인 제자들과 신명나게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승리를 자축했다.




'펜싱클럽 대표님' 정진선은 "오늘 24명의 '회원님'들과 함께 왔다"면서 "펜싱클럽을 시작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성적보다는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나왔다. 다들 승패와 무관하게 즐거워하신다. 나도 보람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엘리트 국가대표, 올림피언 출신으로서 동호인들을 직접 가르치는 일에 대해 정진선은 "나는 현역때 죽기살기로 운동했는데 우리 회원님들은 즐겁게, 재미있게 즐기면서 운동하신다. 나도 이분들을 가르치고 함께 땀흘리면서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펜싱에 대해 확 달라진 일반인들의 관심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 "예전에는 일 끝나고 술 마시는 문화였다면 요즘은 저녁시간에는 운동하는 문화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동호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펜싱의 매력에 빠진 동호인들은 한 번 오면 보통 2~3시간씩 하고 간다"고 귀띔했다.

일반인에게 펜싱이 매력적인 점은 무엇일까. 정진선은 "펜싱은 전신운동이다 보니 다이어트 효과도 있고 순발력, 판단력, 모든 면에서 건강해진다. 상대가 있다 보니 스릴도 있고 재미도 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운동이다 보니 호기심도, 재미도 많이 느낀다. 나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펜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진선은 "매년 동호인 대회 참가자수가 100명 이상 늘어나는 것같다. 대회가 발전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우리 클럽에도 가족 단위로 펜싱을 즐기는 분들이 많다. 이러다 펜싱이 정말 '국민 스포츠'가 될 것같다"며 미소 지었다.





정진선의 말대로다. 펜싱 저변 확대와 활성화를 위해 치러진 2013년 첫 대회 이후 올해로 7년째를 맞는 펜싱 동호인 대회 규모는 매년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참가인원도 지난해 775명에 비해 무려 136명이 더 늘었다. 남자 일반부가 58팀, 210명으로 가장 많았고, 플뢰레, 에페, 사브르 3종목 중 플뢰레 선수가 419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중에서도 남자 일반부 플뢰레는 28팀에서 무려 99명이 출전한 최대 격전지였다.



펜싱 저변 확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유소년부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초등학교 펜싱 클럽수가 늘었다. 이번 대회 남자 초등 4~6학년부에 64팀 170명, 초등 1~3학년부는 47팀 117명이 참가했다. 초등학교 펜싱부가 부족한 현실, 학교 운동부가 줄어드는 현실속에서 펜싱 스포츠클럽은 즐겁게 운동하는 가운데 조기에 재능을 발견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선수층이 엷었던 남녀 사브르 종목의 약진도 반갑다. 지난해 133명에서 173명으로 40명이 증가했다. 초중등 꿈나무, 어린 동호인들의 사브르 종목 선택이 늘었다. 회장사 SK텔레콤 스포츠커뮤니케이션팀 이재형 부장은 이에 대해 "김정환, 구본길, 오상욱 등 꽃미남 에이스들이 세계랭킹 1위에 오르고,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고 인기를 얻으면서 동호인들도 사브르 종목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더 이상 펜싱은 엘리트 선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런던올림픽 이후 세계를 호령해온 '펜싱코리아', 엘리트 선수들의 성과가 풀뿌리 동호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펜싱협회도 동호인 대회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참가자 수가 매년 늘어나면서 연령별, 수준별 운영도 검토중이다. 동호인 수가 많은 일반부의 경우, 탁구, 배구, 농구 등 타종목 생활체육대회처럼 20대, 30대, 40대 이상 식으로 세분화하는 방식에 대한 제안, 동호인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이벤트의 필요성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조종형 대한펜싱협회 부회장(서울시청 총감독)은 "어릴 때부터 클럽에서 펜싱을 접한 어린이들이 꿈나무가 되고, 취미 삼아 펜싱을 즐기는 남녀노소 동호인들은 팬이 된다. 수많은 클럽들은 펜싱 선수들의 은퇴 후 일자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면서 "펜싱 동호인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협회 차원에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지원을 할 수 있을지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내년부터 펜싱 수준별로 등급 자격증을 부여해 해당 급수끼리 겨루는 방식 등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림픽공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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