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 강-레이첼 리 KBS, 서울시향과 협연
기사입력 2000년 04월 17일 14시 55분
바이올린이 아니었으면 어떤 악기를 선택했을까.
"어떤 악기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글쎄, 하프 소리를 좋아하니까 하피스트? 어쨌든 바이올린을 만난 건 행운이죠."(줄리엣 강)
"바이올린이 가장 좋아요. 다른 악기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어요."(레이첼 리)
25세와 12세의 차이일까. 해외에서 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로 17일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내린 교향악축제에 초청돼 각각 KBS교향악단, 서울시향과 협연을 했던 줄리엣 강과 레이첼 리. 서로 이름만 듣다가 이번 연주회에서 비로소 얼굴을 맞대고 자매처럼 친해진 이들은 같은 질문에 서로 다른 대답이다.
"음악을 안 했으면 정원사나 저널리스트, 잡지 편집장이 됐을지도 모르겠어요."(줄리엣 강)
"바이올리니스트 아닌 나는 한번도 상상해 본적 없어요."(레이첼 리)
줄리엣 강에게는 어느덧 20여년이 되어가는 연주관록이 엿보인다. 자기세계의 `바깥'을 보게됐다는 것, 그것을 자신의 음악에 불어넣을 줄 알게 됐다는 말이다. 레이첼 리에게는 그 대신, `바이올린이 너무 좋은, 음악에 미친' 한 천재소녀의 열정과 고집이 느껴진다.
줄리엣 강은 자기의 연주세계를 `다양한 소리의 추구'라고 말한다. "바이올린 하나로 사람의 음색도, 타악기의 소리도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레이첼 리는 지난 2월 24일 스승 도로시 딜레이의 추천으로 미국 그래미 시상식 무대에 섰었다.
"색다른 경험이긴 했지만, 팝공연같은 분위기가 제 연주하고는 잘 안 어울렸어요."
귀여운 웃음과는 달리 의젓한 대답이다. 사족 같은 질문 하나, 크로스오버가 유행인데 한 번 해 볼 생각 없는지.
"노(No)."
한국말이 서툰 두 연주자가 한 목소리로 밝힌 짧은 대답이다.
줄리엣 강은 지난 1992년 파리 에후디 메뉴힌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와 몬트리올, 칼 플레쉬, 퀸 엘리자베스 등 세계 3대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 뉴욕 타임스에 의해 `세계 예술계를 이끌어갈 30세 이하 30명의 아티스트'로 뽑혔었고, 레이첼 리는 스트라디바리우스협회의 지원을 받는 가장 나이 어린 아티스트로 현재 줄리어드 예비학교에서 도로시 딜레이와 임원빈에게 사사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evol90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