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롱릴리프 변신 선발수업
기사입력 2000년 04월 14일 12시 53분
애리조나 `핵잠수함' 김병현(21)이 롱릴리프로 화끈하게 변신했다. 한두명 상대하다 중심타자가 나오면 슬그머니 빠지던 지난해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난 7일 필라델피아와의 경기서 2⅓이닝을 던진 김병현은 12일 샌디에이고전에서는 3이닝을 던졌다. 지난해 한 경기 평균 투구회수는 불과 1.09이닝.
늘어난 이닝은 벅 쇼월터 감독의 신임이 그만큼 두터워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제 중심타자가 나와도 김병현은 빠지지 않는다.
롱릴리프는 보통 6~7회부터 나온다. 선발이 무너질 경우 5회 이전부터도 출격, 1~3이닝을 소화한뒤 마무리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준 선발'의 임무도 맡는다. 왼손 혹은 오른손 전문 원포인트와는 다른 개념이다. 그만큼 특정 스타일에 약점을 보이는 타자가 없이 꾸준함(consistency)을 보여주는 투수만이 맡을수 있는 자리다.
롱릴리프는 김병현이 마무리 매트 만테이의 복귀후에도 메이저리그에 확실히 잔류할 수 있게 하는 확실한 자리다. 현재의 페이스만 계속 보여준다면 만테이가 돌아오더라도 쓰임새가 큰 김병현을 그냥 마이너로 돌려보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병현은 신이 났다. 점차 이닝수가 늘어날수록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선발 자리가 가까와진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선발 수업 아닌가요？"
자신을 트리플A로 보내 선발수업을 쌓게 하려 했던 쇼월터 감독에 대한 애교있는 항변이다.
[보스턴=김우석 특파원 kwooseok＠nuri.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