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혁 '천재타자' 입증
기사입력 2000년 04월 13일 13시 50분
두산 라커룸에서 가장 보기 힘든 선수는 강 혁(26)이다. 홈게임 시작전 연습을 끝내고 식사를 하고 나면 라커룸에 모여 잠깐 숨을 고르는 시간. 하지만 이때조차 보이질 않는다.
강 혁은 이 짧은 짬에도 라커룸 바로 옆 텅 빈 실내훈련장으로 간다. 다들 쉬고 있으니 토스해 줄 사람도 없어 혼자 일일이 공을 올려가며 티배팅을 한다.
"쉴 때는 쉬어야지" 했더니 "방망이도 잘 못 치는데 놀 수 있습니까"하고 웃었다. 그 `못 친다는' 방망이가 타율 4할7푼8리(23타수 11안타)로 12일 현재 타격 2위다.
시범경기때만 해도 주위에서 염려를 많이 했었다. 공을 방망이에 붙여서 밀고 나가질 못하고 툭 깎아치는 알루미늄 방망이의 습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아마시절 `천재타자' 소리를 듣던 감각은 시즌이 시작되자 금방 드러났다. 힘껏 끌어당긴 타구도 `틱' 하면서 왼쪽으로 흐르곤 하던 모습을 지금은 볼 수가 없다. 공이 방망이 중심에 땅땅 맞아나가 중견수나 우익수 쪽으로 총알같은 안타를 자주 뿜어낸다.
"아직 입맛에 딱 맞는 나무방망이를 고르지 못해 이것저것 한자루씩 다 사본다"면서도 이 정도인걸 보면 맞히는 재주 하나는 타고 났다. 클린업트리오 바로 밑에 따라붙는 6번 타순.
두산의 `우-동-수 트리오'가 무서운 또 하나의 이유는 피해갈 수 없는 강 혁이 다음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박진형 기자 ji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