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진의 연극세상 '공연문화와 벤처'
기사입력 2000년 04월 09일 14시 36분
이른바 벤처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제조와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등 매우 다양하다. 현재 양상을 보면 아이디어 싸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막 형성되는 시장이라 남이 먼저 손대지 않은 일을 서둘러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혹시 새로운 벤처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이 있다면, 뮤지컬 제작자로서 공연분야에 눈을 돌려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전체적으로 공연계가 불황에 불황을 거듭하고 있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예컨대 뮤지컬 `명성황후'같은 경우 지난 7년간 기록한 관객동원 숫자와 매출규모는 상당한 수준이다.
실제 요즘 들어 투자자들이 부쩍 공연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외국의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자본가들이 한국 공연단체와 합작을 요청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현상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문화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공연시장의 국제화와 대형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시장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내가 뉴욕에 있을 당시인 83년 시작해 17년째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캣츠'의 전단에는 요즘 귀여운 동양 여자아이가 분장한 고양이와 다정히 손을 잡고있는 사진이 게재되어 있다. 이는 곧 동양으로 눈을 돌린 `캣츠'의 사업전략을 설명해 준다.
`명성황후'도 두차례의 해외공연을 다녀온 뒤 국제적인 사업에서 많은 편리를 느낀다. 당시의 공연성과가 이제서야 비로소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현재의 여러 업무진행은 무척 긍정적이다.
`명성황후'외에 공연 예술계의 또 하나의 성과는 `난타'의 해외진출이다. 지난해 에딘버러 공연의 성과에 힘입어 일본에 진출했고, 줄이어 계속 해외공연 스케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명성황후'나 `난타'의 예를 볼 때, 공연을 제작하는 예술인들도 자신들의 콘텐츠를 상품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과 생각의 전환을 갖고 지속적인 도전을 해야한다고 본다. 물론 중요한 것은 이처럼 공연문화 콘텐츠의 국제 산업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100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헛바람이 든 투자자들이 10%,20% 수익률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지만, 영화산업의 수명을 능가하는, 10년,20년이 가능한 뮤지컬 시장을 생각해 보라. 아직 하고있지 않은 자들이 많기에 공연시장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이라는 작품을 보면, `길에서 주운 보석과 같다'는 비유가 나온다. 좀 힘들고 잘 보이지도 않지만, 분명한 것은 바로 길바닥에 누구도 줍지 않은 보석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위험이 따르기는 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는 벤처의 의미는 적은 자본으로 제품을 만들어 관객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공연행위와 꼭 같다. `모방은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고 창의는 시작은 어렵지만 뒤로 갈수록 쉬워진다'는 간단한 벤처 이론을 떠올려보자.
[연극연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