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관객 호기심 집중
기사입력 2000년 04월 04일 15시 04분
커튼을 젖히고 작은 방안으로 들어가면 양옆으로 늘어선 TV모니터를 볼 수 있다.
화면엔 똑같은 이미지들. 만화주인공 같은 인물이 비정상적인 큰 팔뚝으로 바닥을 땅땅치며 노래를 강권한다. `노래를 못하면 시집을 못가요'로 시작하는 귀익은 멜로디. 좁은 공간속에서 한참 듣다보면 왠지 따라 불러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언젠가 이런 분위기에서 억지로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김준의 `장미클럽')
지난달 29일 개막한 제3회 광주비엔날레의 영상 전시관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장미클럽'같은 작품도 있고, 자우림 달파란 등 대중음악인들의 노래와 사진을 결합한 전시도 있는가 하면 성적 담론을 묘사한 컴퓨터 그래픽도 있다. 본전시장보다 오히려 더 친숙감이 느껴지는 대중적인 매체들, 동시에 첨단의 미술형식이기도 하다.
이번에 처음 기획된 영상 코너는 주최측이 "전시, 이벤트와 함께 올해 행사의 3대축"이라고 할 만큼 비중이 크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점차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영상매체의 위력을 반영한 까닭. 그러나 위력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갖고 있는 부작용을 비판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영상 코너의 주제가 `상처'인 것도 그 맥락. 사진 영상 전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과거사의 아픈 상처를 보듬어 내는 도구로서의 가능성에 집중했다. 특히 `광주에서 살기' 사진전은 민주화운동의 상처를 회고하는 내용을 담아 두터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영상매체가 갖는 민주적 소통방식이 넓게 확산될 수는 없을까? 거기에서 새로운 예술적 표현은 어떻게 기능할 수 있을까 등의 문제의식을 찾을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6월7일까지. 광주공항과 광주역, 5.18묘역에서 노선버스가 있으며 중외공원 문화벨트를 순회하는 행사장 연결 순환버스도 마련돼있다. (062)521-4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