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검사 (8)
기사입력 2000년 03월 31일 14시 55분
김인석과 박예지는 땀 투성이가 되도록 흔들었다. 그리고 연신 마셔댔다. 음악이 블루스곡으로 바뀌었다.
"오빠, 우리 블루스 춰."
김인석은 박예지의 손에 이끌려 스테이지로 나갔다. 박예지가 시키는대로 왼손을 함께 잡고 오른손은 박예지의 허리를 감았다. 그리고 스텝을 밟으며 도는데 박예지가 더 달라붙었다. 박예지의 몸에서 향긋한 냄새가 풍겼다. 풋사과 처럼 귀여운 소녀, 꼭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그 순간 박예지가 잡았던 손을 풀더니 양손으로 김인석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안겼다. 김인석은 박예지가 하는대로 내버려 뒀다.
이윽고 음악이 끝났다. 테이블로 돌아온 둘은 또 술잔을 기울였다.
"오빠, 우리 2차 가."
"2차는 어디로 가는건데?"
"내가 모실테니 오빤 따라만 오면 돼."
김인석은 박예지의 손에 이끌려 나이트클럽을 나왔다. 그리고 간 곳은 주변 특급호텔. 박예지는 어느 틈에 예약을 해뒀는지 프런트에서 키를 받아들고 앞장서 룸으로 들어갔다.
"오빠, 먼저 샤워해."
김인석은 어안이 벙벙했다. 카사노바가 여자 카사노바를 만났으니 그럴 수 밖에. 그동안 여자 하나를 안아 보기 위해 별의별 노력을 다 했는데 이건 되레 자신이 당하는 입장이고 보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시키는대로 샤워를 하고 나오자 박예지가 욕실로 들어갔다. 얼마동안 `쫙쫙' 물 끼얹는 소리가 들러더니 박예지가 타월로 알몸을 감싼채 나왔다.
비록 당하는 처지이지만 충동이 솟구쳤다. 와락 껴안았다. 박예지는 스스로 타월을 걷어 치우며 덤볐다. 둘은 침대에 나뒹굴었다.
둘은 그렇게 맺어졌다. 이미영과 정민숙보다 언제나 적극적인 박예지가 더 좋았다.
박예지는 만날때마다 돈을 펑펑 썼다. 때로는 "오빠, 옷이 그게 뭐야. 검사가 좋은 옷을 입어야지"하며 유명 메이커 양복을 한벌씩 사주곤 했다.
박예지에게 흠뻑 빠져 있을 즈음 이미영은 연락이 뜸한 김인석을 찾기 위해 사법연수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듣고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 됐다.
당장 고발하고 싶었지만 처녀의 몸으로 수사기관에 들락거리다 자칫 혼사길이 막힐까봐 망설이고 있었다.
김인석도 이미영과 정민숙에게 너무 오래 연락을 안해 혹시 가짜라는 사실이 들통났을지도 몰라 아예 연락을 끊고 지냈다. 그리고 박예지와 놀아났다.
김인석의 엽색행각은 박예지만으로 족하지 않았다. 계속 새로운 상대를 물색하러 다녔다. 그러나 가짜 검사에도 한계가 있음을 느꼈다. 남들이 법에 대해서 물어보면 제대로 아는게 없기 때문이다.
김인석은 어려서부터의 꿈이 검사였다. 하지만 고교 시절 못된 친구들과 사귀다 1학년때 중퇴하는 바람에 포기하고 말았다.
비록 꿈은 깨졌지만 가짜 검사행세를 하고 다니는데 그 분야에 문외한이고 보니 입장 곤란할 때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법률상식이 필요했고 사법시험은 어떻게 치르는지도 알고 싶었다.
김인석은 신문에 사법시험 공고가 난 것을 보고는 원서를 제출했다. 실력은 없지만 시험이라도 한번 쳐봐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정작 시험장에 들어갔지만 아는게 있을리 만무. 시험은 어떻게 치러지는지, 시험장의 분위기는 어떤지 등을 파악했다. 이것은 김인석에게 큰 힘이 됐다. 헌팅하는데 훌륭한 밑천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활용해 회사원, 여대생, 캐디 등 만나는 여자마다 검사라고 속이고 결혼을 미끼로 농락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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