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더 배워서 당당히 복귀'
기사입력 2000년 03월 29일 11시 57분
`풍운아'의 첫 마디는 담담했다.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기필코 밟아보겠다는 꿈을 안고 아메리카로 뛰어든지 두달여만의 첫 시련. 이상훈(29 보스턴)은 거친 `야생마' 답지 않게 두눈에 눈물이 살짝 맺힐 듯 말 듯 하며 마이너리그행에 대한 심정을 토로했다. 평소 멋없는 기자회견을 하기로 소문난 이상훈이지만, 아쉬움이 그리도 남는지 유달리 말을 끌었다.
－마이너행에 대해 짐작은 하고 있었는지.
▲솔직히 반반이었다. 라커룸에 하나둘씩 빈자리가 생기면서 나도 언젠가 라커를 비워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28일) 토론토전에서 왼손타자를 밀어내기 4구로 보낸후 마이너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었다.
-통보는 언제 받았나.
▲오늘 훈련 도중에 윌리엄스 감독이 감독실로 부르더니 트리플A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나에 대한 칭찬은 많이 했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때 심정은.
▲솔직히 허탈했다. 이러다 대만야구까지 가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어색하게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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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다고 여기는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결과에 승복한다. 해서 안되는 건 어쩔수 없다. 일본에서 기합을 받으면서도 했는데, 마이너에서 못할 법은 없다. `악'을 써서라도 열심히 할 것이다.
－왜 마이너로 가게 됐다고 생각하는가.
▲11경기에 나와 6경기에서 실점을 했다.(길게 한숨을 내쉬며) 언제부터인가 팀내 경쟁이 참 치열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늘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었다. 새로운 곳에서 적응을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최근 2경기에서 제대로 던지지 못한 것이다. 그 경기에서 좀 더 잘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에 대한 느낌은.
▲스윙 스피드가 매우 빠른데다 실투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카운트와 주자 상황에 맞게 배팅을 달리하는 정교한 타자들이 의외로 많았다. TV에서 본 것과 달랐다.
－각오는.
▲해외에서 이런 일을 몇 번 당하고 나니 이제는 덤덤하다. 주니치에서 자청해서 2군으로 내려간 적도 있다. 이런 일로 절망하지 않고, 나 스스로에 대해 창피하지 않는 삶을 살려고 한다. 마이너가 메이저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생각이다. 어려운 것을 헤쳐나갈 줄 아는 것이 진짜 프로선수다.
[포트마이어스(미 플로리다주)＝김우석 특파원 kwooseok＠nuri.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