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 '역시 대만 홈런킹'
기사입력 2000년 03월 26일 14시 51분
롯데 우드(34)의 방망이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연이틀 꽝꽝 대포를 쏴대며 그동안의 `회초리 논쟁'을 조용히 잠재웠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기대 못했던 일이다.
명색이 대만리그 홈런왕이라고 데려다 놨더니 휘두르는 방망이마다 `똑딱타구'. 기가 막히게 잘도 갖다 맞히긴 하는데 비거리가 영 신통찮아 그가 왕좌에 오른 대만리그 마저 우습게 여겨질 판이었다.
오죽했으면 김명성 감독이 "아무래도 큰 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고개를 다 내저었을까. 내심 거포 호세의 빈자리를 메워줄 것으로 기대했던 터라 우드의 `회초리'가 적잖이 실망스러울 수밖에.
한데 요즘 그의 방망이가 무섭게 돌변했다.
지난 24일 두산과의 경기(8대7 승)서 7회 3점짜리 한방으로 승부를 가르더니 25일 해태와의 경기선 1－1로 줄다리기를 벌이던 9회말 125@짜리 빨랫줄 같은 타구를 관중석 오른쪽 상단에 꽂아 천하의 `김응용 사단'을 허탈하게 주저앉혔다.
특히 해태전은 4번타자 우드가 처음으로 3번으로 변신해 등장한 게임. 박정태와 마해영이 조만간 합류할 것에 대비한 김감독의 포석이었다.
`우드@마해영@박정태'로 이어지는 새 클린업트리오의 리듬을 미리 익히게 하려고 일부러 순번을 당겼다.
"대만리그에 있을 때도 거의 3번을 쳤다. 어느 순번에 서더라도 잘 적응해 온 만큼 3번이든 4번이든 문제없다"는 게 우드의 소감이다.
우드는 요 며칠새 타율이 근 6할대에서 3할6푼대로 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김감독의 표정이 전에없이 밝은 것은 잠자던 그의 대포가 벌떡 일어난 까닭일 게다.
[부산＝최재성 기자 kkac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