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하일성의 야구세상 '프로선수들 남모르는 애환'
기사입력 2000년 03월 23일 13시 37분
어느덧 야구장의 그라운드와 스탠드가 따스한 봄 햇살로 가득해 지고 있다. 그리고 모든 야구장에는 선수들과 관중들의 열기가 함께 어우러진 채 환호와 박수소리로 시끄러워질 것이다.
프로야구팬들은 스타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지켜 보면서 격려를 보내며, 그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프로야구선수들이 화려한 플레이를 통해 팬들에게 사랑을 받는 외형적인 모습 뒤에는 남모르는 고통과 눈물이 숨어있는 또다른 그들의 모습이 있다.
프로야구는 아마야구와는 다른 커다란 매력이 있다. 아마야구가 취미활동이고 또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시 된다면 프로야구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내세워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전문직업인이기에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 여기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아침마다 조깅이나 에어로빅, 수영을 하는 것이 취미생활이거나 혹은 건강을 위한 `목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야구가 이미 생활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면 프로야구선수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각 구단의 선수는 1군, 2군, 연습생을 포함해 55~62명 정도가 되는데 이들 중에는 정민태 선수와 같이 3억대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적게는 1년에 800만원을 받는 선수도 있다.
3억대와 800만원대의 공존！ 이것이 프로야구선수들의 현실이다.
프로야구선수들이 겪는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사생활이요, 가정생활이다. 지난해 연말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어느 선수가 집으로 찾아와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1년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던 중 그 선수의 입가에 무거운 침묵이 흐르더니 한숨을 크게 쉬면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위원님, 제게 작은 소망이 있는데요…."
나는 조금은 장난기 섞인 말로 이렇게 물었다.
"아니 무슨 소망이 있다는 거야. 자네가 남보다 돈을 못버나, 여우같은 부인과 토끼같은 자식이 없나, 무슨 소망이 또 있어?"
"돈이요? 어쩌면 그것을 위해 지난날 어려운 역경을 이겨왔는지 모르지요. 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잃어 버린 소중한 것이 있더군요"
"그게 뭐지?"
"지금까지 제가 한 가정의 가장이면서도 아내와 자식한테 도데체 뭘해주었는지 생각하면 제 자신에 대해 화가 치밉니다."
"그건…."
"아이들하고 오손도손 놀아주기를 했나, 휴일날 나들이 한번 마음먹고 가기를 했나…. 바쁘다는 핑계로 그 흔한 피자 한번 마음껏 먹여 보길 했습니까? 아내하고 영화나 연극 한편 제대로 봤습니까? 도대체 저는 몇점 가장이겠습니까? 아마 10점 받기도 힘들겠죠?"
그는 격양된 어조로 말을 이어갔으나 나는 한마디 조언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의 말은 나 또한 남에게 숨기고 싶은 가슴아픈 일이기에….
야구가 좋아 프로야구선수가 되었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역할은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선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경기장을 전전하며 경기에 임해야 하고, 한해 경기가 끝나면 휴식도 잠시, 다시 해외전지훈련으로 동계훈련이 시작된다. 따라서 1년 365일 중 320일은 야구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선수의 생활은 한낮 푸념으로써 허공의 메아리로 사라질 것이다.
[야구해설가 hisbase＠chollian.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