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도 현모양처형 좋아한다
기사입력 2000년 03월 17일 15시 07분
요즘 에버랜드 동물원 침팬지 우리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에버랜드 침팬지쇼장의 유일한 수컷이던 갑식이와 맞트레이드된 서울대공원의 수컷 침팬지를 놓고 암컷 침팬지들이 치열한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갑돌이'라는 임시 이름이 붙여진 81년생 수컷은 아직 에버랜드 생활이 생소해 적응 훈련을 받고 있다.
이들 침팬지들은 격리된 우리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원래 침팬지들은 공동 우리에서 생활하며 왕위 쟁탈전에서 이긴 수컷이 암컷을 모두 차지한다.
그러나 침팬지 쇼장에는 암컷이 4마리인데 반해 수컷은 한마리에 불과해 암컷들이 수컷의 사랑을 받기위해 경쟁을 해야하는 기이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최대의 관심사는 누가 본처가 되느냐는 것. 원숭이, 침팬지 등 유인원은 우두머리 수컷이 암컷을 모두 거느리지만 사랑은 주로 본처와 나누기 때문이다.
에버랜드 동물원 신남식원장은 "수컷 침팬지는 성격이 유순하고 자신의 말을 잘 따르는 암컷을 좋아한다"며 "암컷들은 우선 자신들의 얼굴을 알리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컷이 암컷들과 친숙해지도록 하루 1∼2시간 플라스틱망을 사이에 두고 실시하는 대면시간때 마다 암컷들은 교성을 지르고 갖은 교태를 부리는 등 눈물겨운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수컷 갑돌이는 이들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적으로 간주하는듯 경계,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에버랜드 동물원측은 "지난 2년간 침팬지 2세가 탄생한 적이 없다"며 "올해는 암컷들이 적극적이어서 내년 가을쯤 새식구의 탄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본처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78년생 갑순이와 침순이, 84년생 갑진이, 막내인 87년생 갑숙이 등은 모두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어 뚜렷한 우열이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사육사들은 가장 언니뻘인 침순이와 막내 갑진이를 강력한 본처 후보로 꼽고 있다.
침순이는 나이가 많지만 의젓하고 동생들의 등과 머리를 긁어주는등 수컷이 좋아하는 현모양처형이고, 깔끔한 성격의 갑진이는 일반 침팬지 우리에 있을때 총각 침팬지들의 구애에 시달린 전력이 있어 이번에도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에버랜드측은 갑숙이의 선전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갑숙이는 침팬지쇼장에서 자전거타기, 공굴리기 등 다양한 재주로 `밥값'을 톡톡히 한데다 엉덩이가 펑퍼짐해 합방에 성공하면 자식 농사는 걱정이 없을 것이란 분석때문이다.
갑돌이가 암컷들과 완전히 친숙해져 서로 어울릴 수있는 시기는 봄이 절정에 달하는 5월. 이때는 침팬지들의 춘정이 절정에 달할 것이어서 수컷 갑돌이가 네마리의 암컷중 누구를 본처로 지명할지 올봄 동물원 식구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순근 기자 sk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