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서세원쇼'] 토크박스 이렇게 하면 잘린다
기사입력 2000년 02월 22일 14시 03분
`토크박스', 이렇게 하면 잘린다!
장안의 화제인 KBS 2TV `서세원쇼'의 `토크박스'. 여기서 한번 `잘 웃기면' 그날로 톱스타 대우를 받기 때문에 출연하는 연예인은 누구나 비장의 무기를 감추고 나오지만 여기에 또 하나의 장벽이 있다.
아무리 웃겨도 편집에서 잘리면 그냥 헛수고. 제작진은 녹화전 출연자들에게 `더러운 얘기, 잔인한 얘기, 욕 들어가면 안된다'는 등의 `주의사항'을 주지만 녹화에 들어가면 흥에 겨워 그냥 `오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현장에선 웃겼지만 편집에서 잘린' 대표적인 이야기들을 모아봤다.
▲욕＝탤런트 이혜영은 `100만원을 빌리라'는 난제 해결을 위해 선배 감우성에게 전화를 했다. "돈좀 빌려달라"는 이혜영의 말에 방송인줄 모른 감우성은 "안돼. 너 ×××잖아"라고 말했다. 방송에서 이 부분의 소리는 지워지고 자막으로만 ×××라고 나갔다.
다음날 시청자들로부터 대체 감우성이 했다는 ×××가 어떤 욕이냐는 질문이 빗발쳤다. 별별 억측이 다 있었지만 정답은 예상보다 훨씬 수위가 낮은 `양아치'. 이 이상의 비속어는 전부 잘린다.
▲술마시고 토한 얘기＝가수 김원준은 집에 가다가 도저히 참을수 없어 달리는 버스 뒷좌석에서 창문을 열고 속의 것을 확 게워냈다. 그러나 이미 앞사람이 창문을 열고 있어 그 자리는 유리창이 두 겹이었다.
탤런트 이상인도 여기 질세라 `밀리는 귀성 버스에서 작은 비닐봉지에 조금씩 나눠 여러번 토한 이야기'등을 했지만 `혐오감을 주는 내용'이란 이유로 모두 잘렸다.
▲`똥' 이야기＝화장실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무조건 잘린다. 심지어 개그맨 유재석의 어린시절 선생님 별명인 `똥딱지 선생님'(얼굴에 큰 점이 있어서)도 잘렸다.
▲몬도가네＝끔찍하고 엽기적인 이야기도 안된다. 탤런트 윤기원은 술먹을때 속칭 `담배빵'(불붙은 담배로 자기 몸을 지지는 것)이 취미인 친구 얘기를 했다.
나중에 친구들이 제발 그 짓을 못하게 하려고 술자리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모두 치우자 연탄불을 번쩍 들어 가슴에 `연탄빵'을 했다는 것. 잘린게 당연하다.
▲남녀상열지사＝당연히 잘릴줄 알고 잘 피해 간다. 대표적으로 잘린 경우는 조은숙의 `2시간 첫키스'. 상대가 연하의 고교생이었고 입술에서 피가 났다는 등 자극적인 내용이 모두 잘려 나가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그냥 밋밋한 얘기'란 느낌밖에 받지 못했다.
▲특정상표＝간접광고는 안된다. 가수 박진영은 입은 옷 상표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행동을 육감적인 동작으로 표현해 갈채를 받았지만 특정 상표가 너무 많이 등장해 제작진은 눈물을 머금고 잘랐다.
이를 피하려는 기발한 재치도 많이 등장한다. 개그맨 이병진은 "왜, `멋대루야'라는 햄버거 집이 있잖아요"라는 멘트로 방청객을 포복절도하게 한 적이 있다.
▲나이트클럽에서 부킹한 이야기＝자주 등장하는 얘기인데 `남녀간의 불건전한 성관계를 암시한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은 뒤로 잘린다. 개그맨 양종철은 나이트클럽에서 서로 부킹하던 도중 아내를 만난 이야기를 했다가 그대로 잘렸다. "아니 마누란데도 잘려요?"가 양종철의 마지막 항변.
[송원섭 기자 fivecard＠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