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119)
기사입력 2000년 02월 14일 13시 57분
카와이 수측장이 공격에 필요한 데이터를 무기장 후쿠모토 히데오(福本日出夫) 일등해위에게 전송했다. 후쿠모토 일위가 공격에 필요한 수치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하픈 대함미사일은 발사 후에는 잠수함에서 유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스스로 목표를 찾아서 파괴하기 때문이다.
후쿠모토 일등위가 신중하게 하픈 미사일의 비행침로를 계산했다. 목표를 문무대왕함으로 잡더라도 주변에 다른 전투함이 있을 경우 미사일은 엉뚱한 표적으로 날아갈 우려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후쿠모토는 주변 함정이 가장 적은 방향으로 하픈 미사일의 비행침로를 설정했다.
잠수함 아라시오의 사령실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발사준비 작업을 마친 후쿠모토 일등위의 보고가 힘차게 이어졌다.
"표적 설정 완료！ 침로 설정 완료. 발사준비 완료됐습니다. 함장！"
"좋아！ 발사하라！"
"1번, 2번 발사관 주수！ 발사관 개방！"
야마모토 이등해좌가 발사명령을 내리자 후쿠모토 일위가 침착하게 하픈 미사일의 발사절차를 밟았다. 먼저 잠수함 외부의 수압과 어뢰발사관 내부의 수압을 맞추기 위해 발사관 내부로 바닷물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발사관의 외부 해치가 천천히 열렸다.
야마모토 이좌가 고개를 끄덕이며 발사작업을 지켜보았다. 모든 것은 훈련 때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다만 불안한 것은 하픈을 단 두 발 밖에 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어뢰실에는 하픈 미사일이 추가로 적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다른 발사관에 장전된 어뢰를 빼내야 했다. 비좁은 어뢰실에서 중량이 1.5@에 이르는 89식 어뢰를 빼고 다시 하픈 미사일을 장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1번, 2번 발사관 발사！"
후쿠모토 일등위가 침착하게 발사 버튼을 눌렀다. 곧이어 묵직한 반동과 함께 아라시오의 함수로부터 하픈 미사일 캐니스터가 사출되었다.
완전히 밀폐된 수밀용기에 담겨진 하픈 대함미사일은 수면까지는 캐니스터에 담겨진 채 운반된다. 그리고 물 위에 떠오르자마자 캐니스터의 덮개가 벗겨지고 하픈 미사일이 화염을 뿜으며 문무대왕함을 향할 것이다.
야마모토는 어뢰가 더 확실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가까운 거리라면 하픈 대함미사일도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문무대왕함이 강력한 방공구축함이라고 해도 근거리에서 접근하는 하픈 대함미사일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하픈 대함미사일 2기 모두 점화됐습니다."
카와이 수측장이 고개를 돌려 보고했다. 수면 위에 다다른 하픈 미사일에서 고체 로켓 부스터가 점화되면서 발생한 폭음은 아라시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좋아！ 어서 이곳을 빠져나간다. 좌현 5도. 방위 2-8-5로！ 속도 3분의 2로 증속한다！"
야마모토 이좌가 기다렸다는 듯이 긴박하게 명령을 내렸다. 일단 하픈 미사일이 수면 위에서 한국 해군에게 탐지되면 잠수함 아라시오의 존재도 노출된다.
한국 해군이 바보가 아닌 이상 하픈이 물 위로 치솟은 곳 바로 아래에 잠수함 아라시오가 있다고 판단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었다.
조만간 이곳으로 문무대왕함에서 발사한 대잠미사일이 낙하하겠지만, 그것은 아라시오가 떠난 다음일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