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세실비아의 이발사' 재미있는 오페라 실험무대
기사입력 2000년 02월 13일 15시 51분
재미있는 오페라를 만들 수 있을까.
오페라 신(新)이 제 2회 소극장 오페라 축제 무대(국립극장 소극장, 9일∼13일))에 올려놓은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박경일 연출)는 오페라의 대중성을 높이겠다는 취지 아래 파격과 실험을 감행한 작품이다.
전문연극배우과 오페라가수들을 한 무대에 출연시켜 노래 아닌 대사를 대폭 늘리고 원작을 변형시켜 극적 재미를 높였다.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프랑스 극작가 보마르셰의 작품에 로시니가 곡을 붙인 익살맞고 경쾌한 희극.
부유하고 아름다운 상속녀(로지나)를 두고 늙은 후견인과 젊은 백작이 벌이는 대결과, 세빌리아의 모사꾼 피가로가 백작과 로지나의 사랑을 열매맺어 주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오페라 신의 공연은 `연극이냐 오페라냐'라는 논란을 불러올 여지가 있음에도 대중오락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객석에서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관객들은 연극적 대사에 이어 나오는 노래의 맛에 흠뻑 젖을 수 있었다. 가수들의 성악적 기교보다는 극의 자연스런 흐름과 느낌을 중요시한 연출력이 돋보인 무대였다.
특히 피가로역을 맡은 바리톤 윤영석은 노래뿐 아니라 전문연극배우 못지 않은 재치있는 연기와 익살로 무대를 휘어잡았고, 백작 알마비바역의 소프라노 이중운은 안정감있는 연기로 중심을 잡았다. 유모 역의 황석정 등 `외도'를 감행한 전문연극배우들의 맛깔스런 연기도 볼만했다.
다만 로지나 역의 소프라노 안은영은 순발력과 호흡에서 약간의 불안감을 줬고, 보통 2시간이 넘는 공연을 1시간 20분 남짓한 공연으로 축소하다 보니 극적 완성도가 다소 떨어진 것이 흠이었다.
오페라 신은 이 작품을 오페라사상 처음으로 오는 4월 25일부터 3주간 대학로 소극장(알과 핵)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02)765-8064.
[이형석 기자 evol9099＠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