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태] 강경한 선수협 입장 수긍못해 탈퇴
기사입력 2000년 01월 30일 14시 03분
"운동장에 나가면 선수협에 남아 고생하는 선수들 얼굴이 떠오르고, 잠자리에 들면 팬들의 원성이 귓전을 때립니다."
지난 24일 선수협을 탈퇴한뒤 25일 미국 플로리다로 떠난 현대 정민태(30). 미국에 도착한지 벌써 일주일 가까이 됐지만 매일밤 `악몽'에 시달린다고 한다.
지금도 선수협 대표들로부터 하루에 몇번씩 전화가 걸려오고, 국내 소식이 궁금해 훈련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선수협에선 "다시 가입하라"는 독촉이 빗발친다. 특히 얼마전 구단의 현금 매수설이 알려진 뒤엔 팬들마저 등을 돌렸다는 얘기가 들린다. `자기 한명의 영달을 위해 다른 선수들을 팔아 넘긴 배신자'라는 욕설을 서슴없이 내뱉는 팬도 있다.
정민태는 당장에라도 서울로 날아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싶지만 구단의 극력 만류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정민태는 지난 23일 소속선수 42명을 데리고 선수협에 가입했다가 하루만에 전원 탈퇴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때문에 피해보는 선수들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일단 가입한뒤 KBO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의견을 모았죠. 그런데 당시 선수협 분위기는 대화보다는 강경일변도여서 수긍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정민태는 지금 자신에게 쏟아지는 모든 비난을 달게 받겠다고 한다.
어떤 이유를 늘어 놓아도 단 하루만에 `변절'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정민태는 올시즌 어떤 모습으로 마운드에 서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다.
시즌이 끝나면 해외진출을 모색해야 하지만 지금으로선 자신이 없다.
선수협 파문이 정민태에게 가져다준 상처는 이래저래 쉽게 아물지 않을 전망이다.
[브래든턴(미 플로리다)＝국제전화 김대호 기자 daihokim＠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