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park] 언어폭력에 안방시청자 눈살
기사입력 2000년 01월 20일 14시 16분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부각하라. 그리고 불륜과 비윤리적인 장면을 설정하라. 여기에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면 더욱 좋다.'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쉽게 붙드는 방법이다. 동시에 화제 드라마에 늘 거론되는 질타의 요건이기도 하다.
쉬운 방법을 택하자니 비난이 두렵고 정도를 걷자니 시청률이 운다. 드라마 연출자들에겐 동전의 양면처럼 영원한 숙제일 수 밖에 없다.
SBS TV 일일극 `당신은 누구시길래'는 요즘 극중 출연자들의 비윤리적인 대사 남발로 시청자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드라마다.
지난주 며느리인 이제니가 애교를 떨며 시아버지 한진희의 히프를 다독거리는 묘사는 구설수의 압권으로 꼽혔다.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엉덩이를 만진다? `막가는 집안'에서도 이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 드라마는 자사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소명한 뒤에도 `튀는 대사'를 여전히 토해내고 있다.
이제니 부부가 시(媤) 작은 어머니인 이미영 앞에서 `여보, 부인!'을 외치고 나이어린 시누이에겐 "쪼그만한게 너무 익었다!"는 등의 막말을 한다. 역시 신세대식 튀는 대사로 덮어버리기엔 무리가 따른다.
이미영도 조카며느리인 이제니를 `계집애'란 표현으로 응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이미은 한술 더떠 남편인 호태(이경영)에게 "명태 동태 다먹어봐도 호태 만큼 맛있는건 없다!"며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온가족이 둘러앉은 시간대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드라마를 고집하는 SBS가 노리는건 과연 뭘까?
[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