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버이센테니얼 맨'] 로봇과 인간의 사랑 '코믹-감동 터치'
기사입력 2000년 01월 18일 14시 10분
온통 음란성 영상물에 대한 논란과 미성년자 매매춘 등등으로 `성'이 눈과 귀를 자극하고 있는 시대다. 그런 가운데 로봇과 인간의 사랑을 그린 테크놀러지 영화 한편이 29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미세스 다웃 파이어'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스타워즈'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노만 레이놀즈, `타이타닉'의 음악감독 제임스 호너가 만든 `바이센테니얼 맨'(콜롬비아 트라이스타)이 그것. 로봇의 의미를 최초로 정의한 공상과학소설의 대부 아시모프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 제작진이 모여 만든 이 영화는, 팝의 디바인 셀린 디옹이 부르는 달콤하고 애잔한 정서의 주제곡 `Then you look at me'가 도입부를 장식하고 이어 가까운 미래, 한 가정집에 불량 로봇(로빈 윌리엄스)이 배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인간의 감성을 지녀서는 안되는, 더구나 인간이 되려고 해서는 안되는 로봇이 펼치는 코믹한 이야기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로봇. 창문을 닫고 쓰레기를 치우고 설겆이를 하는 등 단순한 심부름 꾼이어야 한다.
그러나 영화 속의 로봇은 뛰어난 목공예 솜씨를 지니고 있으며 그 솜씨로 장식시계를 만들어 재산을 소유하는 재력가이다. 결국 로봇은 주인님(샘 닐)으로 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얻게되고 자신의 재력을 인간이 되는데 필요한 경비로 쓰게 된다.
로봇이 인간이 되고 싶은 것은 괴팍하고 잘난 체하는 큰 아가씨가 아니라, 정이 있고 순수한 작은 아가씨(임배트 데이비츠)때문이다.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로봇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결국 로봇은 인간으로부터 인간임을 인정받지만, 그 소식을 듣지 못하고 생명을 다하고 만다.
불량 로봇이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인간이 된다? 이런 황당한 설정이 머리를 누르면서도 `웃기는 남자' 로빈 윌리암스의 진지한 연기가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고, 미래에 대한 상상력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로봇이 인간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한 로빈 윌리암스의 연기는 매력적이다.
결국 이 영화는 로봇의 꿈을 통해 인간성을 가진 인간이 얼마나 소중한 우주의 구성물인가하는 점을 역설적으로 인식케 만들어준다. 기발한 착상과 공상적인 상황설정, 몇십년을 쉽게 뛰어넘는 시간 개념은 대단히 독특하다. 그 독특함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개연성은 다소 황당하다.
그러나 로봇과 인간의 사랑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오염된 사랑을 넘어서서 순수함으로 다가온다. 역설적인 해석을 내리자면 인간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새겨볼 수 있는 영화다. (서울극장,시네코아,강변 CGV 11)
[박용재 기자 eastse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