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갇힌 젊음의 욕구 분출구 '테크노'
기사입력 2000년 01월 06일 14시 38분
`왜 테크노 열풍인가.'
어느날 갑자기 불어닥친 테크노 댄스와 음악은 이 시대 청소년들의 최고 엔터테인먼트의 핵이다.
청소년들의 놀이문화 풍속도를 180도 뒤집어버린 테크노 열풍.
기성세대조차 의아함을 감출 수 없다.
왼쪽 새끼손가락에 무선 마이크를 끼고 `와'와 `바꿔'를 부르는 이정현이나 여고생 `테크노 전사' 전지현을 바라보면서 `도대체 테크노가 뭐길래'하는 의구심은 날로 깊어만 가고 있다.
`컴퓨터 기계음에 맞춰 열광하는 몸부림, 옥타브를 요리조리 요리하는 비트음의 연속, 그리고 무제한 분출하는 감성과 끼, 저항…"
서울 신촌과 홍익대, 강남 압구정동 등 테크노 메카에서는 테크노 열풍에 광기를 뿜어내는 청소년들을 발견하기 어렵지않다.
신촌의 테크노 클럽에서 만난 한 여고생(17)은 "무엇보다도 강렬하고 짜릿한데다 반복적으로 가슴을 쳐주는 비트 멜로디가 매력적"이라며 "한바탕 머리를 흔들고 나면 모든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상큼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 여대생은 "10여시간 이상 꿈을 꾸듯이 내리 춤만 춘 적도 있다"면서 "이제는 쿵쿵 거리는 기계음이 연인의 목소리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좋다"며 테크노 애찬론을 펼쳤다.
입장료 5000원, 음료수 티킷과 맞바꾸면 된다.
유흥업소뿐 아니다.
서울 종로 2가 YMCA 강당에서는 지난 연말 `신나는 청소년 테크노춤판'을 벌여 테크노춤이 청소년들의 건전한 레크리에이션임을 공식선언했다. 앞으로 휴일이나 방학, 졸업, 입학, 수능시험이 끝날 때마다 `춤추리 클럽'을 운영할 계획이다.
입장료는 1000원. 음료수는 무제한 공급된다.
테크노 댄스는 철저히 DIY(Do@It@Yourself)식으로 운영된다.
아티스트로 불리는 DJ는 턴 테이블과 믹싱보드를 앞에 놓고, 음반을 교묘하게 다루는 디제잉(DJing)을 담당하는 테크노의 핵.
음악을 듣는 사람도 춤을 추는 사람도 혼자서 얼마든지 잘 놀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테크노에 대해 대중음악 평론가들은 제각각 독특한 문화적 정의를 내린다.
`디지털과 사이버로 상징되는 N세대들만의 철저한 개인주의와 고립감이 빚어낸 새로운 문화.'
`테크노음악의 정의는 따로 없다. 굳이 말하자면 자연음과 가장 비슷하게 사람이 만든 인조음이다. 쿵쿵 울리는 비트음은 태아가 자궁속에 있을 때 뛰는 심장박동과 같아 자연으로의 회귀를 느낄 수 있는 귀소본능의 자극제다.'
일명 `도리도리춤'으로 불리는 테크노 춤은 이제 청소년 스포츠레저 문화에 없어서는 안 될 액세서리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테크노 스타는 신세대의 꿈의 영웅이 됐고 테크노 춤은 이들 문화의 중심코드로 21세기를 한동안 이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김동철 기자 youth＠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