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김문환 '서민극의 힘' 갈채
기사입력 1999년 05월 18일 14시 32분
극단 신화가 창단 10주년을 맞고 있다. 무슨 일이든 시작도 어렵거니와 지켜나가기도 그 못지않게 어려운 법인데 참으로 축하할 만한 일이다.
더군다 이른바 서민극이라는 화두를 내세워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오는 구도자적 자세는 더욱 값져 보인다.
서민극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그 대답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적어도 작가 김태수와 연출가 김영수가 힘을 모아 보여준 세편의 공연들을 보면 어렴풋이나마 그 윤곽이 보인다.
첫째, 그 소재면에서 서민들의 애환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 서민이란 경제적, 사회적으로 크게 혜택받지 못한 채 평균 이하의 생활을 꾸려나가는 존재들을 가리킨다. 때로 신세한탄도 하고, 자포자기도 하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다보면 무슨 수가 생기겠지 하는 작은 소망을 지켜 나가려고 애쓴다.
둘째, 가진 것 없고 숨길 것 없는 살림이기에 서민들의 생활을 그려가는 연극 양식 내지 형식은 크게 보아 사실주의적이며 희비극적이다. 따라서 연기자들도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동시에 기본기가 튼튼하지 않고서는 호흡을 맞출 도리가 없다.
셋째 내용과 형식의 이같은 특징으로 인해 규모에서 대극장보다는 관객과의 거리가 좀더 가까운 소극장에 어울린다.
서민극 시리즈 제3회 공연인 `해가 지면 달이 뜨고' 역시 앞에서 말한 특징들을 고루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도 농익은 연기들로 인해 이제까지 보다 그 맛과 향이 한결 윗길이다.
특히 윤주상 추귀정 최준용 트리오는 관객들로부터 아낌없는 박수를 받아냈다. 이미 달인의 경지에 들어선 윤주상은 물론이거니와 `사천의 선인' 공연 때부터 만만찮은 연기력을 보인 추귀정의 경우도 녹녹하지 않았다. 최준용은 자칫 악역으로 굳어질 수 있을 자신의 이미지를 절도있게 관리하여 도를 넘지 않는 채 경계를 잘 타고 있다.
상투적인 세게에 머물지도 모르는 위험부담이 항존하고 있어 조심스럽기는 하나 앞으로도 서민의 삶을 통해 사회적 통념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작업이 많은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대학로 인간소극장. 6월6일까지. (02)9232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