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어느 대학감독의 '사랑의 매'
기사입력 1999년 05월 18일 14시 11분
촌지파동을 우려한 나머지 서울시내 초등학교들이 휴교에 들어간 지난 15일 스승의 날.
한 대학팀 감독은 프로농구로 진출한 졸업생 10여명이 모교를 찾아와 오랜만에 뿌듯한 시간을 보냈다.
훈련이 모질기로 악명높은 그 감독은 "힘들어도 이 맛에 애들을 가르친다"며 대견한 제자들의 등을 두드렸다.
재학중엔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못했던 졸업생들은 제법 머리가 굵어졌다는 듯 가슴에 카네이션을 단 `선생님'에게 서슴없이 농담을 던졌고 짓궂은 장난도 쳤다.
대학농구의 양대 기둥인 고려대와 연세대, 그리고 80년대부터 새로운 강자로 발돋음한 중앙대 등에 치이며 고졸선수 스카우트에서 해마다 쓴맛을 봐왔던 그 감독이 찾은 해법은 오로지 훈련.
경기에 지는 날이면 체육관이 있는 올림픽공원이나 잠실에서 학교까지 족히 100리는 될 듯한 거리를 뛰게 했다.
"너희들이 흘린 땀방울 만큼 그 대가를 받게 된다"며 어떤 때는 `사랑의 매'를 드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혹독한 훈련과 가차없는 체벌 때문에 그 학교 출신 중 숙소 담을 넘어보지 않은 선수가 없을 정도.
그러나 대부분 제발로 돌아왔고 그는 제자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지금 고통스럽더라도 꾹 참고 버텨야 한다. 대학 4년은 짧지만 인생은 길다."
`IMF 환란'의 여파로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계속됐다지만 그 학교 졸업생들은 지난해와 올 3월 KBL（한국농구연맹） 신인 드래프트에서 모두 프로 유니폼을 하나씩 챙겨들었다.
그 감독은 매년 1월이면 졸업예정 선수들과 함께 동계 전지훈련을 가졌고 학교문을 나서는 제자이자 후배들에게 4년만에 첫 소주잔을 건넸다.
얼마전 한 TV의 고발 프로그램이 보도한 `체육계 체벌 실태'로 그는 요즘 허탈감에 빠져있다.
"팀 성적과 제자들의 장래를 위해 체벌을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그는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은 털끝 만큼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