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스포츠] 마라톤 부자들 '강도 경계령'
기사입력 1999년 05월 14일 14시 30분
`마라톤 부자（富者）'들이 수난이다.
최근 국제마라톤대회 출전 개런티와 우승상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달음박질로 거부가 된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이들의 속은 편치가 않다.
`벼락부자'가 된 마라토너들을 `습격'하는 사건이 빈번하기 때문.
특히 이런 사고는 경제사정이 어려운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많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이봉주를 3초차로 앞지르며 96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던 조시아 투과니（남아공）도 강도가 무서워 고국을 떠나 한동안 외국생활을 했다.
이런 `날강도'를 가장 두려워 하는 선수는 93∼95년까지 보스턴국제마라톤대회를 3연패（連@）한 케냐의 엔데티（28）다.
엔데티는 3차례 보스턴대회 우승으로 무려 400만달러가 넘는 돈을 벌었다.
출전료, 우승상금, 스포츠용품사의 후원금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의 고국 케냐의 GNP가 450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대충 짐작이 간다.
여기에 케냐는 요즘 30％에 달하는 실업（失業）으로 국가경제가 말이 아니다.
이쯤되니 엔데티가 `습격 대상'에 오를만도 하다.
그러나 그는 40명이 넘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 71년 수도 나이로비에서 60여㎞ 떨어진 마사코에서 6명의 아내를 거느린 아버지의 37남매중 27번째로 태어난 그는 달음박질로 번돈으로 이 많은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
하지만 이런 그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한당들의 습격 대상이다.
따라서 거처는 1급 비밀이다.
이런 마라토너들의 어려움을 취재하기 위해 최근 프랑스의 한 기자가 나이로비에 있는 그의 아버지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내 아들중 마라톤 선수도 있느냐?"고 되물은 것.
이 기자는 "분명 엔데티의 아버지는 아들의 거처를 숨기려고 한것이 아니라 정말 엔데티란 마라톤 선수가 자기의 아들인줄 모르는것 같았다"고 말했다.
자식 보호를 위한 부정（父情）인지, 1개 `소대 병력'이 넘는 자식을 둔 아버지의 `무지'인지는 현재로선 알수가 없다.
[김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