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이틀연속 홈런포함 5타점 '팡팡쇼'
기사입력 1999년 05월 10일 13시 30분
"지는 마, 야구선수도 아니라예."
지독히도 방망이가 안 맞을때 해태 양준혁（31）의 푸념이다.
하긴 `안타 제조기'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최근 16타석에서 무안타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홍역'처럼 매년 한두차례 겪는 타격슬럼프.
결정적인 찬스때마다 내야땅볼과 플라이로 물러나자 주위에선 "저러고도 4번타자냐"며 비아냥거렸고 코칭스태프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불만스러워 했다.
하지만 슬럼프는 오래가지 않았다. 모질게 마음먹고 나선 지난 8일 롯데전.
코칭스태프에서 배팅감각을 살리기 위해 지명타자 대신 1루수로 출전시키며 배려한 게 효과를 봤다.
첫타석에서 롯데 에이스 문동환으로부터 135@짜리 초대형 우중월 2점홈런을 뽑아낸 게 신호탄.
2회엔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린뒤 5회에도 우전안타를 쳐냈다.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오랜만에 목에 힘준 하루.
이튿날인 9일 롯데전에서 양준혁의 방망이는 더욱 불꽃이 튀겼다.
1회와 3회 깨끗한 우전안타를 터뜨리더니 2－3으로 뒤진 5회 2사 1루에선 좌월 2점포로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프로통산 9999번째 아치.
한템포만 늦게 쳤어도 1만호 홈런의 영광은 양준혁의 몫이 될뻔 했다.
하지만 1만호 홈런보다 주말 롯데와의 2경기에서 홈런 2개 포함, 8타수 5안타 5타점으로 그동안의 부진을 훌훌 털어낸 게 더 값졌다.
"마음고생이 심했었다. 연패에 빠질때 중심타선에서 해주지 못해 면목이 없었는데 빚을 조금이나마 갚은 것 같다."
[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