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팬은 코미디언 김형곤을 더 원한다'
기사입력 1999년 05월 09일 13시 36분
아! 내가 쓴 신문칼럼에 드디어 반박문이 실리다니, 거기에 또 해명컬럼을 쓰게 되다니.
나는 정식으로 언론인이 된 기분에 `자뻑자자'(자기 스스로 뻑이가서 자기 스스로 자지러지는 것)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형곤아! 지난주 나는 너한테 정녕 정치계에 입문을 했으면 시사코미디는 그만 둬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썼고, 그 다음주에는 너의 `형님! 정당선택은 국민의 자유'라는 자못 당당한 반박문이 실렸다.
나는 또 내 칼럼 담당자의 OK를 받고 다시 해명서를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우선 나는 몇가지 점에서 너의 의견과 동일하다는 걸 밝힌다.
가수건 코미디언이건 식당주인이건 누구나 정당을 택하고 입당할 수 있다는 것과 최근의 고승덕 파동을 예로 들어 정치판이나 코미디판이나 다 그게 그거라는 시각의 일치다.
그러나 네가 분통을 터뜨리는 부분, 정당에 속했다고 왜 정치권의 가시같은 존재라는 이유로 시사풍자 코미디에서 끌어 내렸느냐는 부분에서는 아직도 나의 의견을 굽히고 싶지 않다.
굳이 정치법이나 선거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게 우스개 정치풍자 코미디의 한토막에 불과해도 어쨌거나 정당에 가입한 사람은 안된다는 것이 우리네 국민정서라는 것이 내 의견이다.
네가 프랑스나 미국의 형편을 예로 들었는데 나는 막 콧방귀를 뀌었다.
나는 외국에서 몇년 살아 봤잖냐.
너는 르윈스키 파동 같은 것이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냐?
대통령을 카메라 앞에 세워놓고 `몇번 했습니까? 사정을 했습니까? 안했습니까?'할 수 있겠냐.
그건 생판 딴 나라 얘기다.
거기서는 아무나 나와서 `대통령, 당신은 독재자요'할 수 있지만 여기선 어림 반푼도 없는 얘기다.
여기선 오로지 전직 대통령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다.
만인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기치를 들고 가수 나부랭이인 조영남이가 대통령더러 `당신은 독재자요' 했다간 아이고! 벌써 수십차례나 공업용 미싱바늘이 내 입을 왕복했을 것 아니냐?
아니야, 어쩌면 공업용 미싱 이전에 나는 필경 시설 좋은 정신병동으로 옮겨졌을지도 모른다.
거기다 대고 왜 전직 대통령은 그런 소릴 해도 되고 왜 현직 가수는 그런 소릴 하면 안되는 겁니까 하고 왕왕 짖을 수도 없는 일이고.
싫으나 좋으나 그게 우리나라의 규범이다.
형곤아! 선배의 마지막 부탁이다.
어디가서 네 입으로 너 자신을 `정치권의 가시같은 존재'라는 표현을 쓰지마라.
도무지 우습지가 않다.
너무 오버였다. 그쪽도 다 바쁜 사람들이다.
장담하건데 아무도 너를 미워하지 않고 가시같이 여기지도 않는다.
네가 정치를 한다고 시비할 사람은 애당초없다.
하려면 해라. 단지 방송에서만은 정치 얘기를 빼라.
왜냐하면 거긴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P.S(추신):너의 모노드라마 `여부가 있겠습니까'를 보면서 느꼈는데 사람들은 네가 딴짓 말고 계속 웃겨줬으면 하는 눈치더라. [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