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 강속구-변화구 배합 절묘했다
기사입력 1999년 05월 05일 03시 48분
지난해 여름 연승가도를 달릴 당시 박찬호의 투구패턴이 되살아났다.
98시즌, 경기 초반은 불같은 강속구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고, 3,4회가 지나면서 타자들이 강속구에 익술해질만하면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던지며 타이밍을 빼았는 투구패턴으로 큰 효과를 봤었다.
몬트리올전에서도 박찬호는 강속구와 변화구를 적재적소에 던지면서 젊은 타자들을 공략했다.
몬트리올 타자들은 초반 박찬호의 강속구를 노렸지만 최고시속 158㎞까지 나온 낮게 깔리는 직구 위력에 눌렸고, 횟수를 거듭하면서 커브와 체인지업이 날아들자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6회말 2루타와 사구로 무사 1,2루의 위기에서 보여준 3연속 삼진은 전날（3일） 필라델피아의 삼진왕 커트 실링이 6회초 다저스를 상대로 무사 만루의 위기를 벗어난 상황과 너무도 흡사했다.
실링은 무사 만루에서 헌들리와 홀랜스워드를 연속 삼진으로 잡고, 벨트레를 내야땅볼로 막아 무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박찬호는 이 위기에서 몬트리올 4번 게레로에게 직구승부로 볼카운트를 2－1로 유리하게 만든후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커브로 삼진을 잡았다.
5번 풀머는 2회 4구, 4회 2루타 등 박찬호를 상대로 통산 6타석에 4안타와 4구 2개를 빼았은 천적.
그러나 2개의 강속구로 연속파울을 유도한 박찬호는 2－1에서 다시 절묘한 커브로 삼진을 잡았고, 내친 김에 신인왕 후보 바레트까지 커브로 삼진을 잡아냈다.
직구에 강한 타자들은 강속구로 역공,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은 뒤 직구를 기다리는 타자들에게 변화구로 회심의 3연속 삼진을 잡아내는 노련한 모습이었다.
직구 스피드가 오히려 자신보다 뒤지는 커트 실링이 공격적인 강속구 승부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 박찬호는 바로 다음날 그 방법을 그대로 실전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체인지업에 몰두하고 변화구로 재미를 본 것이 오히려 시즌 초반의 화를 불렀다면, 몬트리올전에서 강속구를 앞세운 투구내용은 한 단계 올라선 모습이었다.
한 이닝에서 한 타자에게 만루홈런을 2개나 얻어맞는 참혹한 패전을 기록하고도 곧바로 원정 2연승을 거뒀다는 대목도 눈여겨 봐야한다.
다음 경기가 약체 플로리다전이라 3연승을 넘볼 수 있는데다 오는 16일에는 세인트루이스에 설욕의 기회가 주어져 5월은 `박찬호의 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 몬트리올（캐나다）＝민훈기 특파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