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무늬는 강습소 속은 카바레
기사입력 1999년 04월 16일 14시 29분
수도권 일부 무도학원들이 댄스홀로 둔갑, 파트너와 춤도 추고 술도 마실 수 있는 카바레 형태로 변칙 운영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3시쯤, 경기도 고양시와 접경 지역인 서울 은평구 연신내의 A 무도학원.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입장료 2000원을 내고 들어온 30-40대 남녀 100여명이 200여평의 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은은한 블루스 곡이 울려퍼지는 홀안은 춤추는 남녀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현란한 조명으로 들떠 있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종업원 3명은 남녀 손님끼리 짝을 지어주느라 바삐 움직였다.
30대 여성 2명에게 다가가 "저쪽 아저씨 어때요, （춤） 한번 안 추시겠어요?"라며 넌지시 속내를 떠본다.
10여평의 내실에는 소주와 맥주 등 주류와 안주가 나와 카바레로 착각될 정도다.
같은날 저녁 10시쯤, 부천의 모 무도학원.
여성 전용 무도학원이란 간판이 붙어 있었지만 이 학원에는 40대 `남학생'들도 간간이 섞여 있었다.
`춤 선생'의 지시에 따라 지터버그, 블루스, 탱고 등 다양한 춤곡이 선보이면서 이들은 재빨리 이성 파트너를 찾아 춤동작 배우기에 열심이었다.
한켠에 마련된 별실에는 일반 음료와 함께 저알콜 맥주도 준비돼 있다.
때론 선생님과 함께 `제자'들이 부근 카바레로 `현장실습'을 나가기도 한다는 게 무도학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이처럼 무도학원들이 술을 준비하는 등 변태 영업을 하는 이유는 지난 3월 1일부터 유흥업소 영업시간 철폐로 낮에도 문을 여는 카바레에게 손님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5백여개 무도학원 중에서 `겉은 학원이지만 속은 카바레'인 곳들이 많다는 지적.
무도학원이 이렇듯 변칙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은 관계 당국의 법적용이 형평성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무도학원은 강습기관이기 때문에 관할 경찰청에 신고만 하면 쉽게 문을 열 수 있고 해당 법률도 풍속법만 적용을 받는다는 것.
서울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요즘들어 갈곳없는 IMF 실업자들이 부쩍 무도학원에 많이 몰리는 게 사실"이라면서 "춤을 배우려는 여성들과 `탈선'하기도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사생활이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