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한화 사장의 '정민철 V패션'
기사입력 1999년 04월 15일 14시 10분
"믿고 있었어. 당연히 이길줄 알았다니까."
한화 이남헌사장은 지난 14일 부산 롯데전을 보면서도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9회말 8－7까지 쫓겼지만 그러다 말겠지라고 자신했단다.
무엇이 그렇게 든든하게 했을까. 이사장이 밝히는 믿는 구석은 밝은 하늘색 와이셔츠와 넥타이, 그리고 구두속의 밤색양말.
아무때나 그 패션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고 에이스 정민철이 등판할때만이다.
그 미신같은 믿음의 시작은 정민철의 결혼식인 지난 3월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례를 맡은 이사장은 정민철에게 와이셔츠를 선물받고는 "네가 경기에 나갈때마다 입을테니 책임져라"고 반 협박을 했다.
그리고는 개막전인 지난 3일 대구 삼성전때는 그 와이셔츠에 주례를 섰을 때와 똑같은 넥타이를 매고 관전했고, 정민철은 8이닝 4안타 1실점으로 첫승을 따냈다.
두번째 등판인 지난 8일에도 이사장은 같은 복장을 했고, 정민철은 2승째를 올렸다.
그리고 세번째 출전인 지난 14일, 이번에는 그 차림에 8일 신었던 양말까지 보탰다.
그 덕분인지 정민철은 5이닝 동안 10안타에 6실점을 하고도 승리투수가 됐다.
이사장은 경기전에 꼭 와이셔츠를 세탁소에 맡기는 정성까지 들인다고 한다.
그러니 어찌 정민철이 지겠냐며 보태는 한마디.
"이거 겨울 와이셔츠를 여름에도 계속 입으려면 무척 덥겠는데."
[신보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