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운명 (3)
기사입력 1999년 04월 14일 14시 51분
착한 민희씨는 너무나도 불안해 했다.
내가 악몽을 얘기해 준 후로 그녀는 갈수록 어두워져 갔다.
벌써 2주일 째. 내가 그렇게 걱정이 되는 걸까?
민희씨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때가 된 것 같다.
"미, 민희씨！"
"네… 에?"
그녀는 무슨 생각에 잠겨 있었는지 나의 목소리를 듣고는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려고 힘껏 노력을 했다.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 걸까?
그녀는 말해줄 것이다. 말해줄 거야. 그래. 그럴 거야.
"민희씨, 저… 있잖아요. 음…."
나의 표정이 굳어져 있었나 보다. 살짝 고개를 들어 살펴 본 그녀의 표정은 공포 그 자체였다.
나는 안타까웠다. 왜 이렇게 말이 안 나오는 걸까?
민희씨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확인하고 싶었다.
"미, 민희씨！"
나는 그녀에게로 한발자국씩 천천히 발을 떼었다. 서서히, 은밀하게.
그러나 나의 그런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그녀의 반응은 최악이었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나는 얼른 달려가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재빨리, 바람처럼 그녀를 안아주리라.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리라.
저 불쌍한 표정을 행복의 미소로 바꿔주… 으헉！
나는 지금 나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이것이 진정 현실인가?
나의 옆구리에 칼이 박혀 있다.
그 손잡이를 쥐고 있는 것은 공포에 찌든 얼굴을 하고 있는 민희씨다.
민희씨가 왜? 왜… 나를?
"미… 인… 희…, 왜… 나르을…?"
나는 바닥에 펑펑 쏟아지는 피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데…, 왜?
"나쁜 자식. 니가 감히 살아 돌아와? 이젠 어림없어！"
민희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것이 진정 현실인가? 저 여자가 그토록 아름답던 여자인가? 나를 위해 울어주었던?
"너, 방금 그때의 그 표정을 짓고 있잖아！ 나를 목조르기 직전의 그 표정을 짓고 있었잖아！ 이 나쁜 자식이 나를 또 죽이려고 했어！"
그렇게 울부짖던 민희는 이불을 들고 나왔다. 어디선가 보던 이불이었다.
그리고는 나를 그 위에 눕혀놓았다.
나를 감싸고 있는 이불. 누르고 있는… 이불！
"으흐흐흑… 사, 살… 려… 줘."
나의 입에서는 어느새 살려달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지금 살해당하고 있다. 그때… 기억조차 나지 않는 석달전 그때처럼.
"소용없어. 너는 쓰레기야！ 니가 감히 나를 이용해? 너 같은건 죽어도 싸！ 두번 죽어도 싸다구！"
그때였다.[계속]
글·이춘영(Cece)/하이텔/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