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벚꽃 관광열차 '노래방 설치 신경전'
기사입력 1999년 04월 08일 14시 30분
"관광열차에 가라오케 시설을 설치해주세요".
"공공시설에 웬 노래방".
철도청이 관광열차안의 가라오케 설치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7일 경주 불국사역 주변의 벚꽃구경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경주 벚꽃관광열차'안.
각 객차마다 요란한 박수와 노래소리가 터져나오고 몇몇 아주머니들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춘다. 여기저기서 술잔도 돈다.
40대 중반의 남자가 객차에 들어서자 `와∼'하는 환호와 함께 노래를 권한다.
남자는 선뜻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아주머니들은 기다렸다는듯이 일어나 춤을 춘다.
다른 객차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얼핏 `탈선의 현장'처럼 느껴지지만, 분위기를 잡는 남자는 철도청 직원으로 승객들은 대부분 부인을 통해 모집한 동네사람들이다.
이 역무원은 이날 비번을 신청, 자신이 모집한 동네주민들을 위해 일일 가이드를 자청한 것이다.
최근 대전에서 열린 지방철도청 관계자 모임에서는 "주중 관광열차에 한해 가라오케 시설을 설치해달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가족단위가 많은 주말 열차와 달리 주중 관광열차는 가정주부들이 80∼90％를 차지하는데다 대부분 동창, 동네모임 등으로 참가해 관광이 끝나고 돌아오는 열차안은 춤과 노래로 시끌벅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관광열차 승객들이 객차에 노래시설이 없다며 이용을 기피하고 있어 모객에 어려움이 커다는 것.
철도청의 한 직원은 "관광열차를 타보면 계모임 주부들의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아예 노래시설을 만들어 스트레스를 맘껏 풀게하자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철도청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관광열차지만 엄연한 공공시설이기 때문이다.
`달리는 열차 가라오케'가 기적을 울리기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김순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