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음식기행]염소,양,소 골요리 '정력엔 최고'
기사입력 1999년 04월 07일 16시 08분
세계적 장수 마을로 유명한 훈자를 찾아가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노변 차이하네(찻집)서 따끈하고 맛있는 차이(밀크티)를 몇잔 거푸 마시고 나서는 길이었는데, 찻집 옆 공터에서 한 남자가 그릇에 담아 팔고 있는 물건이 시선을 잡아 당겼기 때문이다.
염소의 머리였다. 뜻하지 않은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아직도 눈을 못감고 있는 염소의 머리는 보기에 섬뜩했다.
"파는 거냐"고 물으니 추운 날씨에 마침내 임자를 만났는가 보다는 반가운 기색으로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고 내쳐 물었다.
"머리에 먹을게 뭐가 있어요?". "골이요".
뻔한 걸 왜 물어보느냐는 투였다. 나는 다시 물었다. "골은 도대체 왜 먹지요?".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순진한 파키스탄 남자는 답답하다는 어조로 말했다." 정력제 아닌가요?".
중국이나 태국, 티베트의 일부 지역에서 별난 사람들이 원숭이 골을 먹긴 하지만, 염소 골도 먹는다니….
그러나 우리 나라 사람들도 골(소골)을 즐겨 먹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남 흉볼 일이 아니다. 골만 먹나 고기도 날 것으로 먹지. 우리나라 사람이 사슴피 먹는 걸 보고 한 서양인 여자는 졸도 했다는 얘기도 있다.
파키스탄 사람들이 즐기는 짐승의 골요리를 마가즈(maghaz)라고 한다. `골'이라는 뜻이다.
염소외에 양, 소 등의 골이 재료로 쓰인다. 왜 먹는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하고 고단백질을 요구하는 신체 부위가 골이듯, 동물의 골도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하고 그를 먹음으로써 인간의 골, 즉 머리에 힘이 생긴다고 믿는 때문이다.
일종의 유감주술이랄까? 골요리 한 접시에 40∼45루피 정도. 우리돈으로 천원짜리 한장에 불과하다.
골말고도 파키스탄 남자들이 좋아하는 요리는 까뿌라(kapura). 짐승의 간과 고환 등등에 향신료를 첨가해 만드는 요리.
이보다 더 재미있는 이름에 영양 만점의 요리는 따까딱(takatak). 요리사가 직사각형 칼을 양손에 쥐고 도마 위의 고기와 양파, 토마토 등을 민첩한 동작으로 자를 때 나는 `탁, 탁, 탁' 소리를 흉내 내어 `따까딱'이라 한 것이다.
골, 간 등의 육류에 여러가지 야채를 혼합해 만드는 이 음식을 우리가 선뜻 먹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으나 곱창 전골도 먹고, 부대찌개도 좋아하는 우리의 입맛이라면 무난하리라 생각된다.
독특한 향신료 냄새만 극복하면 된다. 한 그릇에 역시 40루피선. 기름에 튀기는 것이므로 얼큰한 국물맛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대개 난이나 로때, 빠라따, 짜빠띠 등과 함께 먹는다.
이 동네 음식 이름은 왜 이렇게 발음이 세고 이상한가? 파키스탄도 현지인들은 빠끼스딴이라고 한다.
훈자에 이르는 길목 길기트. 여기는 한 때 동방의 알렉산더 고선지 장군이 원정군을 이끌고 찾아왔던 곳이다. 장군도 어쩌면 따까딱이나 마가즈를 맛보았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