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서세원의 세상살이 -마르지 않는 샘물
기사입력 1999년 03월 21일 15시 01분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은 매우 노쇠한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아들 부부 그리고 손녀와 함께 살았는데, 할머니는 식사할 때마다 손이 심하게 떨려 음식을 자주 흘렸다고 한다.
보다 못한 아들내외는 조그만 식탁을 만들어 놓고 할머니를 그곳에서 식사하게 했다.
어느날 딸아이가 열심히 무엇인가를 만들더니 아들 내외에게 활짝 웃으며 "아빠와 엄마의 식탁을 만들고 있어요! 언젠가 내가 자라면 엄마, 아빠가 따로 식사하실 식탁을 튼튼하게 만들어 두려구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아들 내외는 너무 놀라 할머니를 다시 큰식탁으로 모셨다는 얘기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
이런 감동은 내가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두시가 좋아)에서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사는 할머니들과 가끔씩 통화하며 느끼곤 한다.
대전에 사신다는 유숙자 할머니를 바람나서 도망간 남편 때문에 혼자의 힘으로 30여년을 자식들 뒷바라지에 청춘을 바쳤다고 한다.
대학 등록금이 얼만지도 모를 정도로 공부 잘하며 훌륭하게 자란 자식들을 볼 때면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더니 "그래도 가끔은 인생살이가 허무하게도 느껴지고, 외로움도 느낀다"며 말꼬리를 흐리셨다.
손주들 봐주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말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그 어디서도 보상받을 수 없는 외로움과 허망함이 진하게 묻어났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한거예유! 내가 무너지면 끝장이잖아유!"
하지만 할머니는 끝까지 내리사랑의 믿음을 쥐고 우리 모두를 감동시켰다.
가정마다 슬슬 준비하고 있는 봄나들이에 홀로 되신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건 어떨까!
혼자 집에 있는게 더 좋다는 건 부모님들의 진심이 결코 아니다.
더이상 우리의 부모가 인생의 황혼길에서 허무함과 외로움에 지쳐가지 않도록….
[방송M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