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마지막 구혼 (3)
기사입력 1999년 03월 18일 14시 55분
●하지만 전 당신한테 매달리고 싶지 않았어요.
만약에 당신한테 나보다 더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면 저만 비참해지는 거니깐요.
전 끝까지 당신의 부인으로서 자존심을 잃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하지만 그때의 기분 어땠을 것 같나요.
당신을 죽여도 속이 시원하지 못했을 거예요.
▲내 생각이 틀어지자 난 이혼을 할 수 밖에 없었지.
하지만 이혼을 할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었어.
난 당신한테 말할 수 없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야.
난 내 아내에게 이런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아서 당신에게 이혼을 강요했지.
하지만 반년이 지나고 난 당신을 잊을 수가 없었어.
아니 다시 한번 젊었을 때처럼 당신에게 프로포즈하고 싶었지.
하지만 당신은 받아주지 않더군.
●반년이 지나고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나자 내가 얼마나 가슴 아파했는지 알아요?
아마도 모르겠지요.
당신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더 많이 일하고 정신없이 살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당신은 다시 나타나 나에게 결혼하자고 구혼했지요.
그때 난 당신의 따귀를 때리고 말았어요.
당신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때는 속이 다 시원해지더군요.
▲난 처음으로 당신한테 따귀를 맞아 보았지.
하지만 아프지 않았어.
오히려 아팠던 것은 마음이었지.
마음 언저리가 매우 저려옴을 느꼈어.
이 늙은 나이에 이런 감정을 가졌다고 하면 모두 비웃겠지?
하지만 난 오히려 이런 나를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이런 늙은 나도 한 여자를 한 평생 사랑하지도 못했음을 보여주고 싶었지.
아직도 난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할 수 있으니깐 말이야.
하지만 늙어서 주책이라고 하겠지? 후후.
●내가 당신의 구혼을 거절한 이후 당신은 끊임없이 날 찾아 왔지요.
그렇게 석달 동안 당신의 끈질긴 구혼을 받으면 모두 마음이 흔들릴 거예요.
하지만 지금에서야 당신이 왜 그렇게 나에게 구혼했는지 알겠어요.
지금 이 눈물을 참을 수 없음을 이해해 줘요.
▲이 나이에 꽃을 들고 여자를 찾아간다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은 없을 거야.
당신의 회사 앞에서나 집안에서 꽃을 전해줄 때, 태연하게 행동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당신은 모를 거야.
꽃을 들고 있던 내 손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더군.
하지만 그때서야 알았지.
내가 당신에게 꽃 선물을 한 적이 없다는 걸 말이야.
벌써 세월이 이렇게 지났음을 한탄하게 돼.
하지만 지금 그 시간을 메꾸려 한다오.
●정말로 지나가는 시간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돼요.
당신과의 시간이 어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끝나가고 있으니 말이에요.
왜 당신은 모든 짐을 혼자 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군요.
[계속]
글·주효진(아이디:달의천사) /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